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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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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획, 그으면 느껴지는 전통 붓의 미학과 가치 '경춘필방'

한 획, 그으면 느껴지는 전통 붓의 미학과 가치 '경춘필방'

by 운영자 2017.03.17

전통 붓의 미학과 가치
춘천시의 첫 무형문화재이자 새털붓의 1인자 박경수 필장.
짐승의 털과 대나무를 사용한 그의 붓은 탄력이 강하고, 많지도 적지도 않는 먹을 머금는다.
한국의 전통 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인사동마저 중국산 붓이 팔리고 있는 가운데,
경춘필방 박경수 필장은 대쪽같이 전통 기법을 고수하며 붓 계승에 몰두하고 있다.
| 붓 한자루에 담긴 백여 번의 손길

박 필장의 대표 붓은 닭털붓이다. 세계에서 최초로 닭털을 이용해 제작했다는 사실은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당대 유명한 양모 붓 창시자인 박순의 문하에서 전통 필공예 기법을 사사해, 1974년도 붓 제조에 입문한 박 필장은 주로 족제비털로 만든 황모붓을 제작해왔다. 더욱 탄력 있는 붓을 만들고자 5년 동안 닭의 털을 가지고 연구·개발한 것이다.

“모든 털에는 기름이 있습니다. 기름기가 많으면 금방 삭고, 없으면 먹물이 줄줄 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기름을 빼야하는 지 알아야 오래 쓸 수 있는 붓이 만들어져요. 닭털의 경우 미세한 흰 여백을 남기는 붓질이 가능합니다. 비백이라고 하지요.”
그의 닭털붓은 이외수 선생뿐만 아니라 중광스님, 구석고 화백 등 유명 작가들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외골수라고 생각해요. 내 붓이 좋다고 얘기하고 다니기도 부끄럽기도 해서 그저 꾸준히 붓 제조에만 몰두했어요. 직접 방문해서 붓을 사 간 사람들이 ‘이제 다른 붓은 못 쓰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진짜붓’을 만들었죠.”

진정한 붓에 대한 갈망은 여러 대회에서 두드러졌다. 강원도 공예품 경진대회 입선·은상·금상,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대상 등 수십 회의 수상을 기록했다. 또한 2005년에는 사단법인 대한명인회에서 국내 유일의 필공예 명인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2010년 문화예술 부문으로 춘천시민상을 받았다. 마침내 2013년 도에서는 그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 아이 배냇머리로 만든 붓 제조
휴대 가능한 붓도 있어

붓글씨를 쓰려면 보통 문방사우를 갖추고 써야 한다는 상대적 불편함을 떠올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 필장은 휴대용 황모필로 특허를 냈다. 이 휴대용 붓은 머리와 몸통으로 나뉘는데 머리부분엔 황모붓이, 몸통부분엔 먹물이 담겼다. 먹물이 마르는 단점을 없애기 위해 겉쪽 용기와 안쪽 용기가 분리되지 않도록 고안했다. 편리하면서도 제대로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박 필장은 신생아의 배냇머리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붓도 제작하고 있다. 일반 모발과는 다르게 배냇머리는 끝이 뾰족해 붓으로 만들 수 있다. 붓의 손잡이에는 이름과 탄생일도 새긴다. 직접 사용하는 용도라기보다 액자에 걸어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역할을 한다.
| 다음 세대를 위한 노력

값싼 수입 붓 때문에 최근 붓 제조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가운데, 박 필장의 두 아들은 아버지의 전통기법을 잇고자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나란히 입학했다. 박사학위 취득과 중국 유학을 통해 견문을 넓혀 박 필장의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고안 중이라고 했다.

“워낙 붓의 쓰임새가 줄어들었기에 경제적 이익 등을 따져보면 전통 계승보다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자식들이 문화재 보존이나 보존 과학을 배우는 데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요. 세월이 지나도 이에 대한 가치는 여전하기 때문이에요. 자녀뿐만 아니라 전시실을 구축해 일반 시민들도 붓을 직접 만들어보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붓의 쓰임이 현대적 삶의 문화에서도 분명 두드러질 겁니다.”
ㅣINFORMATIONㅣ
문의 255-0580
위치 서면 박사로 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