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정보N문화

정보N문화

사막 속에 힘들게 꽃 핀, 마르무사 수도원

사막 속에 힘들게 꽃 핀, 마르무사 수도원

by 춘천교차로 2014.12.10

산 위에서 바라본 마르무사 수도원

전쟁으로 아픈 역사의 획을 그으며 힘들어하고 있는 시리아, 그 안에 종교적인 문제로 더욱 힘든 고통을 겪어야 했던 곳이 있었으니, 그 곳이 바로 마르무사 수도원(Marmusa Monastery)이다. 마르무사 수도원은 위치적으로 사방이 휑한 사막의 건조한 돌산에 지어져 멀리서는 구분이 안 되는 미로로 만들어 놓았다. 그 이유인 즉, 시리아는 거의 100%에 가까운 이슬람 국가인데 가톨릭교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박해를 받으며 산 속에 숨겨서라도 그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는 것이다.
▲마르무사 소두원으로 가는 황량한 길

사막에 위치한 수도원을 향해 가는 포장된 도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황무지이며, 사막의 건조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마르무사 수도원에 도착하여 돌산을 바라보니, 경이로울 정도로 산 속에 잘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그 경이로움도 잠시, 가파른 계단을 20분 정도 짐을 지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하다. 뜨거운 날씨에 30kg에 달하는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기란 쉽지 않지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수도원 정상을 향해 걷는다. 정상에 다다라서 뒤를 돌아보니 탁 트인 경치와 사막의 뜨거운 바람이 나의 땀을 식혀준다.
▲마르무사 수도원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

작디작은 수도원은 참으로 소박해 보였다. 하늘보다 조금 낮은 수도원의 출입구는 미로와도 같았으며, 수도원을 들어가는 입구는 평균 성인의 키의 절반 정도로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들어 갈 수 없는 입구로 돼있다. 입구로 들어서니 방 배정 및 설명을 해주신다. 그리고 각국에서 온 여행자, 신도들이 북적이는 그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여행자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숙박장소

수도원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에 명상&미사, 오전 9시 30분에 아침식사, 오후 2시 30분 점심식사, 오후 7시 명상&미사, 오후 9시 저녁식사로 반복되는 단조로운 삶을 보내는 곳이다. 미사는 아랍어로 진행이 되며 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마음을 씻어내며 작은 평화를 만나고 간다. 종교도 없는 배낭여행객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약간의 노동을 하면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뒷밭을 가꾸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중노동을 하고, 여자들은 식사 준비 및 설거지와 뒷정리를 담당한다.
가톨릭교는 아니지만 평온함이 전해지는 저녁 미사에 참석해본다. 경건한 미사를 드리는 곳에 있으니 내 마음도 평안해 지는 것 같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수도원 앞마당은 그야말로 별이 빛나는 별 천지가 되어 있었다. 그 별 빛 아래 사람들과 함께 둘러 앉아 빵, 올리브, 살구 쨈, 치즈, 토마토 등의 재료로 제공되는 식사를 하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그 아름다운 광경과 함께한 저녁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고의 만찬이었다.
▲수도원에서 제공되는 식사

쳇 바퀴 돌 듯 빠르고 단조롭게 돌아가는 우리네 삶 속에서 조급함을 치유 할 수 있는 곳, 누구와 소통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곳, 해와 달과 별을 가슴에 품고 자연이 전해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에 좋은 곳, 좋은 공기를 마시며 편히 쉴 수 있는 곳, 그곳이 사막 속에 힘들게 꽃 핀 마르무사 수도원이다.
▲수도원을 청소하는 여행객

글·사진 / 세계 여행가 이광주 www.travelerk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