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0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 (Spain Bunol, Tomato Festival)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에 위치한 작은 마을 부뇰(Bunol). 이 마을이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마토 축제(La Tomatina)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는 1944년 토마토 값이 폭락하자 성난 농부들이 시의원들에게 분풀이로 토마토를 던진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한 동네에 불과하지만,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모든 호텔과 교통편이 마감되는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 토마토 축제에 대한 열기가 어떠한지 느낄 수 있다.

토마토 축제의 실제적인 시작은 전야제부터 시작된다. 화요일 오후가 되면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마을로 하나 둘 모여든다. 부뇰 마을에 들어서니 토마토 축제로 인해 집이 빨갛게 물들지 않기 위해 비닐과 천으로 건물을 가려놓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슬슬 어둠이 찾아오고 도로의 차량들은 모두 통제되며, 현지인과 관광객은 한데 어우러져 음악에 취해, 술에 취해, 스페인의 열정에 취해, 토마토 축제 전야제를 즐긴다.

토마토 축제 당일 아침, 일찍이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인다. 광장 중심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무 꼭대기에 하몽(스페인 전통음식으로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햄)이 매달려있는데, 이 하몽을 따야 토마토 축제가 시작된다. 하몽을 따기 위해 인간 피라미드 형태를 만들기도 또는 힘 좋은 사람이 스스로 나무에 오르기도 하지만, 돼지기름이 잔뜩 발라져있는 나무를 오른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미끄러지기를 수백 번, 한 시간에 걸려 하몽을 따는데 성공을 하고 이와 동시에 시작의 총성이 울린다.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은 관광객의 환성이 가득한 광장으로 들어온다. 관광객들은 두 손 모아 “Give me Tomato, Please”를 외치며 트럭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 트럭이 점점 가까워지자 관광객들의 환호성은 더욱이 커진다. 그리고 트럭에 타고 있는 스태프들은 관광객을 향해 사정없이 토마토를 퍼 붓는다. 토마토 세례와 함께 진정한 토마토 전쟁이 시작된다.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토마토를 주워 방향도, 목적도 없이 마구 집어 던진다. ‘누군가에게 맞았을 때 기분 좋나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당당하게 대답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토마토 축제의 현장이다. 약 1시간 정도 계속 되는 토마토 축제는 듣던 대로 열정의 도가니이다. 삽시간에 토마토 밭이 되어버린 부뇰 마을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바닥에 드러눕는다.

관광객들은 이때다 싶어 바구니에 토마토를 가득 채워 나에게 퍼 붓는다.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맞았지만 기분만큼은 짜릿하다. 한 시간이 지나면 축제의 끝을 알리는 총성이 다시 울리며, 사람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일제히 한 방향으로 퇴장한다. 퇴장하는 길에 주민들은 물을 뿌려 관광객들의 토마토를 씻겨준다.

일 년에 단 하루, 단 한 시간만 허락해 주는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 그 축제의 현장에서 토마토의 향을 즐기고 싶다면, 8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부뇰을 방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이색적인 경험과 좋은 추억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 Tip
- 안전을 위해 반드시 토마토를 으깨서 던질 것
- 축제의 사진을 찍고 싶다면 방수팩을 꼭 챙길 것
- 토마토가 눈에 들어 갈 수 있으니 물안경 or 고글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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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세계 여행가 이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