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江)이 흐르는 곳에 형성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 중 하나로 곳곳에 낡은 건물들과 사원들이 늘어서 있고,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해온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카이로를 지키고 있다.

카이로에 착륙하기 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은 진흙 색으로 물들어진 건물들과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는 미로의 도시로 다가온다. 카이로 공항에 도착해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말이 있듯, 공항 밖으로 나서자마자 택시 호객꾼들의 손님 유치에 정신이 다 빠진다. 가격 흥정을 하기도 전에 내 짐을 무조건 뺏어 택시에 실으려 하는 기사, 겨우 가격을 묻고서 비싸다고 얘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옆에 있던 택시 기사가 짐을 뺏어 자기 차로 싣는다. 그렇게 내 짐이 다른 차에 실리기를 여러 번, 가격 흥정과 함께 시내로 향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들의 삶을 뚫고, 이집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인 피라미드를 찾아간다. 피라미드 입구에 내려서도 역시나 예외는 아니다. 입구에서부터 ‘거리가 멀다, 더워서 못 걷는다’ 등의 낙타를 태우기 위한 집요하고도 과도한 호객행위에 잠시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숨을 고르고 두 발로 걸어 피라미드로 들어선다. 여러 개의 피라미드 중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기자 피라미드는 보존 상태도 훌륭하여 언제나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인 고대 이집트 왕국 제4왕조 시대에 만들어진 기자 피라미드는 쿠푸왕의 피라미드, 카프레왕의 피라미드,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 등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이집트의 상징으로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스핑크스는 전체 길이 약 70m, 높이 약 20m, 폭 약 4m에 달하는 거대한 자연석 조각품으로 카프레 피라미드 남쪽에 위치하여 피라미드를 지키고 있다.

카이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다면,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al-Khalili Market)으로 가보자. 약 1,500개 이상의 상점이 들어서 있는 카이로 이슬람 지구의 대규모 전통시장으로 수세기에 걸쳐 카이로 시민의 생활 터전이었으며,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현재 이집트에서 가장 매력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시장 곳곳에서 피워대는 물담배 향내를 맡으며 미로 같은 시장을 둘러보며 카이로의 향과 맛을 느껴본다.

이집트 사람들을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인샴스(Ainshams) 대학교의 한국어과를 찾아가 보자. 아랍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한국어를 듣는 반가움도 좋지만, 한국어가 능숙한 학생들이 풀어내는 보다 정확한 이집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좋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뒷이야기를 비롯해 현지인들만 방문하는 음식점, 알려지지 않는 카이로 골목골목을 제대로 둘러보며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

조용한 여행보다 시끌벅적한 여행을, 정적인 여행보다 동적인 여행을,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를 느끼고 싶다면 카이로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집트 카이로 여행 Tip
- 택시를 이용 시, 바가지가 극심하니 꼭 가격 협상을 마치고 탑승하자
- 피라미드 방문 시, 악명 높은 호객꾼들이 자리 잡고 있으니 잘 피하자
- 아인샴스 대학교 방문 시, 한국어과에 사전 방문의사를 밝히자

글·사진 / 세계 여행가
이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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