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유교를 고리타분하다 했는가, 서원·향교로 떠나는 여행
누가 유교를 고리타분하다 했는가, 서원·향교로 떠나는 여행
by 춘천교차로 2014.06.26
남녀유별, 장유유서, 조상숭배, 가부장제, 탁상공론….
‘유교(儒敎)’라고 하면 이처럼 엄격한 예법만 따지는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향교(鄕校)와 서원(書院)이 생애주기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고리타분하다고만 여겨지던 ‘유교’를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밋거리로 만들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의 유교문화 체험여행인 배움여행 ‘여유(旅儒)’다.
배움여행 '여유'는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유학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조선시대의 공립학교인 향교는 전국에 234곳이 남아있다. 이 중 전주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전주향교는 6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전국의 향교 중 최대 규모다. 고려 말 현유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전주향교 권역의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교문화 프로그램인 향음주례(鄕飮酒禮), 향사례(鄕射禮)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조선의 선비가 된 것처럼 도포를 입고 예법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음주례는 향촌 유생들이 향교에서 스승에게 주도(酒道)를 배우는 의식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손님을 초대하고 응할 때 예법을 따랐다. 손님을 초대할 때도 정중하게 청했고 술 한 잔 마실 때도 세 번을 고사한 후에야 마셨다.
연회가 끝난 후 편을 갈라 활쏘기를 했던 향사례는 육예(六藝) 중 하나로 활쓰기를 배우는 의식이다. 과녁에 화살을 맞추거나 맞추지 못해도 흥분하지 않는 선비들의 덕목을 배울 수 있다. 옛 선비들은 활을 쏘는 경기에서 승부보다는 서로 예를 갖추고 친목을 다지는 데 뜻을 뒀다고 한다.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 중 현재 남아있는 것들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실추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서원 훼철령’을 내리면서 47곳을 제외한 모든 서원이 문을 닫았으나 나중에 복원돼 전국에 700여 곳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광산구 월봉서원(月峯書院)은 조선중기 성리학자인 고봉(高峰) 기대승을 기리는 곳이다. 고봉은 32세에 문과 을과에 급제해 승무원 부정자가 돼 퇴계(退溪) 이황을 만났다. 스승인 퇴계와 13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8년 동안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벌인 논쟁은 매우 유명하다. 이 논쟁은 한국 유학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퇴계는 고봉에게 ‘당신이 나보다 한 수 위’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월봉서원의 대표 체험프로그램인 ‘선비의 하루’는 고봉과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원에서 고봉 묘소까지 약 1.5㎞ 코스인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선비의 기운을 받고 고봉의 생애와 사상, 사단칠정 논변 등 스토리텔링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 선비체조, 투호놀이,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 등을 통해 맑은 바람과 함께 멋스럽게 노닐던 선비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살롱 드 월봉’은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의 공연을 통해 참가자들에게는 지성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경험, 신진 문화예술인에게는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필암서원(筆巖書院)은 호남 유교문화의 상징인 하서(河西) 김인후의 높은 절의와 학문을 숭앙하기 위해 그의 문인들이 선조 23년(1590)에 세운 서원이다. 서원은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타 없어졌으나 인조 24년(1624)에 다시 지었다.
김인후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문신으로 1540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고 고향인 장성으로 돌아갔다. 시와 문장에 뛰어나 10여권의 시문집을 남겼다. 특히 그의 성리학 이론은 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장인 한범수 교수(경기대 관광개발학)는 “보통 유교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유교문화”라며 “우리 전통문화인 유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에 필요한 세대별 교육 체험콘텐츠를 개발해 전국 주요 향교와 서원을 교육여행의 대명사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유교(儒敎)’라고 하면 이처럼 엄격한 예법만 따지는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교육기관인 향교(鄕校)와 서원(書院)이 생애주기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고리타분하다고만 여겨지던 ‘유교’를 청소년들과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밋거리로 만들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관광학회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의 유교문화 체험여행인 배움여행 ‘여유(旅儒)’다.
배움여행 '여유'는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유학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한 조선시대의 공립학교인 향교는 전국에 234곳이 남아있다. 이 중 전주 한옥마을에 터를 잡은 전주향교는 6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전국의 향교 중 최대 규모다. 고려 말 현유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창건됐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전주향교 권역의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유교문화 프로그램인 향음주례(鄕飮酒禮), 향사례(鄕射禮)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조선의 선비가 된 것처럼 도포를 입고 예법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음주례는 향촌 유생들이 향교에서 스승에게 주도(酒道)를 배우는 의식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손님을 초대하고 응할 때 예법을 따랐다. 손님을 초대할 때도 정중하게 청했고 술 한 잔 마실 때도 세 번을 고사한 후에야 마셨다.
연회가 끝난 후 편을 갈라 활쏘기를 했던 향사례는 육예(六藝) 중 하나로 활쓰기를 배우는 의식이다. 과녁에 화살을 맞추거나 맞추지 못해도 흥분하지 않는 선비들의 덕목을 배울 수 있다. 옛 선비들은 활을 쏘는 경기에서 승부보다는 서로 예를 갖추고 친목을 다지는 데 뜻을 뒀다고 한다.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 중 현재 남아있는 것들의 숫자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실추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서원 훼철령’을 내리면서 47곳을 제외한 모든 서원이 문을 닫았으나 나중에 복원돼 전국에 700여 곳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광산구 월봉서원(月峯書院)은 조선중기 성리학자인 고봉(高峰) 기대승을 기리는 곳이다. 고봉은 32세에 문과 을과에 급제해 승무원 부정자가 돼 퇴계(退溪) 이황을 만났다. 스승인 퇴계와 13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8년 동안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벌인 논쟁은 매우 유명하다. 이 논쟁은 한국 유학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퇴계는 고봉에게 ‘당신이 나보다 한 수 위’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월봉서원의 대표 체험프로그램인 ‘선비의 하루’는 고봉과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원에서 고봉 묘소까지 약 1.5㎞ 코스인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선비의 기운을 받고 고봉의 생애와 사상, 사단칠정 논변 등 스토리텔링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또 선비체조, 투호놀이, 차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시간 등을 통해 맑은 바람과 함께 멋스럽게 노닐던 선비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살롱 드 월봉’은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의 공연을 통해 참가자들에게는 지성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경험, 신진 문화예술인에게는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필암서원(筆巖書院)은 호남 유교문화의 상징인 하서(河西) 김인후의 높은 절의와 학문을 숭앙하기 위해 그의 문인들이 선조 23년(1590)에 세운 서원이다. 서원은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타 없어졌으나 인조 24년(1624)에 다시 지었다.
김인후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이자 문신으로 1540년 문과에 급제해 벼슬길에 올랐다.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병을 핑계로 나아가지 않고 고향인 장성으로 돌아갔다. 시와 문장에 뛰어나 10여권의 시문집을 남겼다. 특히 그의 성리학 이론은 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단장인 한범수 교수(경기대 관광개발학)는 “보통 유교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유교문화”라며 “우리 전통문화인 유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에 필요한 세대별 교육 체험콘텐츠를 개발해 전국 주요 향교와 서원을 교육여행의 대명사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