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교육학원

교육학원

욕설이 리얼리즘은 아닐테고…“영화속 언어표현, 구체적 등급기준 필요”

욕설이 리얼리즘은 아닐테고…“영화속 언어표현, 구체적 등급기준 필요”

by 춘천교차로 2014.06.19

1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속 언어표현 개선 토론회’에서 윤영민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소년관람가 영화의 언어표현 실태와 향후과제, 영화 언어표현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과 해외사례 등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패널 토론을 이어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뿐 아니라 청소년 관람가 영화에서도 비속어와 욕설이 난무해 청소년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주최한 ‘영화 속 언어표현 개선 토론회’가 1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사회를 본 토론회에는 윤영민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노영란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 영화평론가 김시무, 신강호 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가 참석했다.
청소년관람가 영화의 언어표현 실태와 향후 과제, 영화 언어표현에 대한 등급분류 기준과 해외사례 발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윤영민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청소년의 40.9%가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욕설을 습득하고 있다”며 영화 속 언어 표현 개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윤 교수는 2013년 1~12월 등급분류를 받은 극영화 가운데 전체관람가, 12세이상 관람가, 15세이상 관람가 등급의 한국영화 77편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욕설의 빈도와 강도를 조사한 분석자료를 제시하며 “전체관람가 등급을 받은 영화에서는 평균 24회,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영화에서는 평균 20회,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영화에서는 평균 76회 욕설이 섞인 대사가 나온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청소년 소재 영화에서 욕설 사용이 더 높다”며 “청소년이 욕설을 많이 한다는 고정관념을 일상화하고 반복 재생한다는 점에서 욕설과 관련된 등급 결정에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영화 제작사와 감독들은 이런 거친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영란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은 미국의 영화등급 분류 방법와 우리나라의 것을 비교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대사 관련 영화등급분류 기준이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위원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며 “미국은 5개 등급으로 우리와 같고, 영국은 6개 등급으로 나눠 등급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크다”며 “영화의 등급을 결정하기 위한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사 관련 영화등급분류 기준은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개로 나뉜다. 미국은 전체관람가를 의미하는 G등급, 부모 지도하 전체관람가인 PG등급, 13세 미만 보호자 지도 요망을 뜻하는 PG-13등급, 17세 미만 보호자 동반관람가인 R등급, 17세 이하 관람불가를 뜻하는 NC-17등급이 있다.
“미국의 PG-13(13세미만 보호자 지도 요망) 등급 같은 경우 ‘성적으로 파생한 거친 언어는 최소한 13세 이상 관람가부터 처음으로 1회만 허용함’과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12세이상관람가 등급의 기준은 ‘청소년의 바른언어 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정도로 추상적으로 적혀있다”고 짚었다.
노 위원도 윤 교수와 마찬가지로 “욕설 관련 등급 분류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영화 속 욕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영화에 욕이 많다보니 청소년들이 욕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며 “표현의 자유를 떠나 이렇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문제 삼았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 대표는 “전체관람가 영화에는 욕설이 절대 등장해서는 안 된다. 영화제작사와 감독들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등급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더 정교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강호 대진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유보적이었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다. 영화 속 욕설의 문제는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문제”라는 판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