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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건강의료 : 진료실 생각(그랜드연합의원)

귀지 파내야 할까? 외이도염

귀지 파내야 할까? 외이도염

by 운영자 2020.03.10

머리를 감거나 목욕 후에 손이나 면봉, 귀이개로 귓구멍을 후비는 사람들이 많다. 물기 있는 귓속이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귀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런 행동이 귀 건강에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 자칫 습관적으로 하는 이런 행동이 외이도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이도염은 어떻게 생길까?

외이도는 고막보다 바깥쪽에 있는 귓구멍으로 골과 연골 위로 피부가 덮여 있다. 피부는 분비샘과 모공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도를 조절하고, 라이소자임과 같은 단백분해효소를 분비하여 세균의 침범을 막기도 하며 귀지를 생성하여 귀를 청결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러한 외이도에 습도가 높은 경우, 국소적으로 상처가 나거나 산도가 낮아지는 경우, 귀지가 없거나 노화 현상으로 분비샘 등이 줄어들 때 염증이 생기기 쉽다.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를 외이도염이라 하는데 보통 여름철에 물놀이 후 귀에 들어간 물을 충분히 제거하지 않아 곰팡이나 세균 등이 외이도에 번식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름철이 아닌 계절에도 외이도염이 발생하는데 사우나, 목욕, 샤워 등을 하고 물기 제거나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손이나 면봉, 귀이개를 사용해 상처가 생기는 경우이다.

외이도염의 증상·치료·예방

외이도염이 생기면 통증, 가려움증, 난청, 발열 등이 있으며 통증은 경한 불쾌감으로부터 심한 박동성 통증까지 다양하다. 특히 귓바퀴를 잡아당길 때 통증이 심해진다. 귀를 들여다보면 귓구멍의 피부가 빨갛게 부어 있으면서 피부에서 진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심하면 귓구멍이 막히게 되고 귓바퀴 주위로 염증이 파급되어 귓바퀴까지 빨갛게 된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귀가 가려울 수도 있는데 이때 가려움 해소를 위해 면봉 등으로 외이도를 자극하면 외이도염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외이도염이 의심될 때는 우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외이도염이 진단되면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성분이 섞인 약을 외이도에 바르거나 경구용 항생제를 처방해 귀에 생긴 균을 없앤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세척 약품으로 귓속을 씻고 약한 산성 상태로 유지하는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외이도 염증을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귓구멍 깊은 곳에 끈적한 분비물이 고이고, 염증이 악화하여 점차 외이도가 좁아지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고 자칫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 할 수 있다. 특히 외이도가 좁거나 습진,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 피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만성 외이도염이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반복될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물이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물이 귀에 들어간 경우 수건을 바닥에 대고 귀를 아래로 향한 채 잠시 누워있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저절로 마르도록 두는 것이 좋다. 귓속 물기가 신경 쓰인다면 선풍기 바람이나 드라이기를 이용해 귀를 살짝 말리는 것 좋다. 드라이기의 경우 열상을 입지 않도록 뜨겁지 않게 약한 바람으로 흔들면서 말려주시는 것이 좋다. 수영을 자주 한다면 귀마개를 사용해야 한다. 장시간 이어폰 사용은 외이도를 축축하게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파지 마세요! 귀를 보호하는 귀지

그럼, 지저분한 귀지는 어떻게 하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지를 파서 귓구멍을 너무 깨끗하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귀지는 몸이 만드는 정상적인 물질이다. 외이도에 분비된 땀, 귀지샘의 분비물, 벗겨진 표피 등으로 만들어진다. 귀지에는 단백질 분해효소, 면역글로불린, 지방 등의 성분이 들었다. 외이도 표면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먼지, 세균, 곰팡이 등이 고막까지 들어가는 것을 막는 등 귀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따라서 귀지가 없으면 귀가 세균 등에 감염되기 쉽다.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특이하게 귀 바깥 방향으로 자라 내버려 둬도 귀지는 자연히 귀 밖으로 배출된다. 그 이동속도는 하루 0.05mm로 손톱 자라는 속도와 비슷하다. 또,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음식을 씹을 때 턱의 움직임 등에 의해 저절로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일부러 파지 않아도 된다. 귀지가 귓구멍을 막아버리는 경우는 어린이는 10%, 어른은 5%에 불과하다. 이때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 하에 귀지를 제거해야 한다.

귀가 간지러울 경우도 많다. 이때 손이나 면봉, 귀이개로 귓구멍을 긁으면 안 된다. 반복 지속한다면 감염의 초기 증상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아 진료는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려움을 참기 어렵다면 귀 바깥쪽을 손으로 어루만져 주거나 깨끗한 면봉으로 귀의 바깥 부분만 살살 닦는 게 좋다. 우리말에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말이 급성 외이도염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귓속을 깨끗하게 하려다 오히려 귀에 병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배병석 그랜드연합내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