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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건강의료 : 진료실 생각(그랜드연합의원)

겨울 장염을 아시나요?

겨울 장염을 아시나요?

by 운영자 2020.02.18

최근에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부글거리고, 설사를 계속하면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겨울 바이러스 장염이라고 진단하면 의아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운 여름도 아닌 추운 날씨에 장염이 발생할 거라 생각하지 못해서이다.

겨울에 더 잘 걸리는 장염

장염은 더운 여름철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겨울에 더 많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바이러스성 장염 환자 수는 겨울철인 12~2월이 여름철 6~8월보다 훨씬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은 영하로 떨어지는 낮은 기온 때문에 여름보다 식중독 예방이나 개인위생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으면 번식력이 떨어지지만, 겨울철 장염의 주된 원인인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서 오히려 활동이 활발해져 전염성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실온에서는 10일, 10도의 바닷물에서는 30~40일, 영하 20도 이하에서는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 감염환자 중 약 40%가 12~2월 발생했다.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O-157균, 포도상 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여름철 장염과 바이러스가 주원인인 겨울철 장염은 원인이 다르다. 겨울 장염의 대표적 원인인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는 전체 바이러스성 장염의 90%를 차지한다. 로타바이러스는 예방백신으로 막을 수 있어 최근에는 감염 사례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은 아직 없는 데다 전 연령대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저항성과 감염력이 강하다. 60도에서 30분 동안 가열하여도 감염성이 유지되고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죽지 않는다. 단 10개의 입자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보통 감염 환자의 건조된 구토물이나 분변 1g에는 약 1억개의 노로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되어 있어 전염이 쉽게 일어난다.
감염자가 접촉한 물건을 함께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을 때 등 입으로 감염되는 것이 이 바이러스의 주 감염경로이다. 또 감염된 사람의 대변이나 토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 음식 등의 섭취로도 감염될 수 있다.

평균 잠복기는 24~48시간이며 12시간 이내도 가능하다. 증상 발생 후 24~48시간 동안 대변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어 전염성이 가장 높다. 회복된 후 2주까지도 전염성이 유지되므로 감염 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감염 후 면역은 약 14주간만 지속하여 재감염도 가능하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친 뒤에 갑자기 오심, 구토, 설사의 증상이 발생한 후 48~72시간 동안 지속하다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에서는 구토가 흔하고 성인에서는 설사가 흔하게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및 근육통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감기, 몸살로 오인되는 경우도 흔하다. 발열이 절반의 환자에서 발생하며 발열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장 속 유익균을 죽여 장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에 4~8회 정도 발생하므로 탈수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장염은 소장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의 감염이기 때문에 피가 섞이거나 점액성의 설사는 아니다. 대부분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2~3일 안에 호전되기에 가정상비약으로 대처하기보다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굶지 말고 영양 균형 맞아야

노로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휴식과 함께 적절한 수분을 섭취하면 일정 시간 경과 후 저절로 좋아진다. 합병의 위험이 높은 임산부, 당뇨 환자 등 경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구토나 설사가 심할 경우 탈수가 동반될 수 있어 수분을 적절히 공급하여 탈수를 교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구토가 심하지 않아 입으로 섭취할 수 있는 경우는 물이나 이온 음료 등으로 수분을 공급하면 되지만 심한 탈수에는 정맥을 통한 수액 공급이 필요하므로 병원을 찾아 정맥 수액공급을 받는 것이 좋다. 복통이나 구토가 심할 때는 항구토제나, 진경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탈수 방지만큼 중요한 것이 영양 공급이다.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손상당한 장세포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 공급을 해주어야 한다. 오랫동안 굶거나 쌀뜨물만 먹거나 하면 설사를 줄어들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장세포가 회복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려 장염의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병원 진료 후 증상에 맞춰 식사 단계를 조절해서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방은 생활 속에서

예방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은 만큼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겨울철 감염성 장염을 예방하려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첫째가 손 씻기다. 단체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손 씻기에 유의하여야 하고 주위에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으면 접촉을 피하고 열심히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입자가 작고 표면 부착력이 강하므로 손을 씻을 때는 30초 이상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하여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궈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열에 강하기 때문에 조리 음식은 중심온도 85℃, 1분 이상에서 익혀야 한다. 오래된 음식과 위생이 좋지 않은 식당이나 길거리 음식점의 해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바로 섭취하고, 보관했다 다시 먹을 때에는 끓여 먹어야 한다. 냉장 보관한 채소라도 노로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 생존 기간이 연장되므로 먹기 전에 다시 씻는 것이 좋다. 칼, 도마 등 조리기구도 소독해 사용하는 등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하수는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한다. 장염 환자가 사용한 화장실, 변기, 문손잡이 등은 소독해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추위가 감염성 질환을 막아주지 못하며 모든 감염성 질환에 대한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무엇보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함으로써 스스로 위생을 지키려는 습관이 겨울철 장염 예방의 지름길이다.

그랜드연합내과 배병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