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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건강의료 : 통증의 추억(연세통증의학과)

통증이 없어도 끝난 것은 아니다

통증이 없어도 끝난 것은 아니다

by 운영자 2017.03.23

# 내가 다니는 교회에는 이제 20개월쯤 된 남자 아이가 한 명 있다. 너무 귀여워 이 구역에서 예배를 드릴 때면 반은 하나님께 관심을 보이고, 나머지 반은 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될 만큼 주연급 인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엄마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가 왔다. 아이가 많이 아파하는 것 같아 인근 병원에 갔는데 서혜부 탈장이어서 “수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견서를 들고 인근 대학병원에 갔는데 마침 그 시간은 담당 교수님의 진료가 없어서 다른 병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어찌해야 할지 의논하고 싶어 전화를 했다며 다급히 말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다른 병원 홈페이지를 보니 소아외과 담당교수님 진료시간 역시 오전까지가 아닌가. 그래서 일단 우리병원에 들리라 했다. 시간은 촉박한데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게 아닌가 걱정하며 병원에 오기까지 기다렸다.

오늘은 지금까지와 매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껏 했던 무릎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쉬어보기로 합니다.

남자 아이는 제가 안아보려 해도 자지러지게 울었고, 눕힐 수도 없었고, 엄마에게만 안겨있었습니다. 그래도 일년을 트고 지낸 안면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진정시켜가며 옷을 벗겨보니 사타구니 한 쪽에 툭 불거져 나온 작은 덩어리가 있었습니다. ‘이걸 이제 넣어야 하는구나’ 생각하며 ‘원장님 손은 약손’을 속으로 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단단하고 성나있는 덩어리를 달래고 달래면서 밀어주니 조금씩 부드럽고 연해져 쏙하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순간 우리 스타께서는 제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듯 했습니다. 그 이후 겨울이 지났고 지금껏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혜부 탈장은 수술이 치료의 원칙이라던데 하며 걱정만 슬금슬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괜찮겠죠? 우리 외과선생님?” 물론 왠지 모르게 울면 빨리 외과로 가야 한다고 지난 겨울에 그의 부모님께 신신당부 했지만요.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