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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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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통증과 희망의 경계

만성 통증과 희망의 경계

by 운영자 2017.01.26

오래도록 힘들게 했던 이름의 병명으로 우리 병원에 내원한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이거 몇 번 치료하면 낫나요?”

저는 압니다. 하지만 그분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껏 쉽게 치료되지 않고 있다는 것. 언제부터 아팠던 건지, 왜 아파지기 시작했는지 쉽게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거 몇 번 치료하면 낫는 거예요?” 라고 묻는 분에게는 저는 “이거 한 백번은 치료해야 할걸요.”하고 웃으며 대답하곤 합니다.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싸움 난 적은 없으니 환자 역시 수긍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듯 오래된 만성 통증은 쉽게 좋아지지 않습니다. 특히 퇴행성이라고 붙은 것들은 ‘세월이 약’이라는 격언에 대한 유력한 반증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여름, 무릎이 너무 아팠던 한 분이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때보다는 좋은 상태로 지내고 계십니다. 그분은 지금 상태에 대해 아주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정도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듯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한 일일까요?

몸에 갑자기 생겨난 통증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때문에 환자와 진료의가 긴장을 하게 돼, 집중적이고 성실한 진료가 됩니다. 그러나 오래되고 잘 알려진 만성 통증인 경우에는 환자들이 그 괴로움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또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으며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은 쉽게 진료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우리는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만성 통증과 퇴행성질환들은 시간이라는 막강한 변수 앞에 계속해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환자는 얼마 전 마을회관에서 회장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예전에도 하셨던 적이 있지만, 그동안 무릎이 아파서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흔쾌히 허락하신 듯합니다. 그러면서 얼굴에도 무릎뼈에도 회장님의 광채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왕성하게 활동적이며 희망을 얘기할 때 과연 시간 또한 우리 것일지 확인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