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아이러니하게도 심각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3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4~5월경 절정을 이루며, 통계청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가 5월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봄이 되면서 기온 상승, 일조량 증가 등의 계절 변화가 뇌의 생물학적 시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계절 변화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해 기분에 영향을 주고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계절은 더없이 화려해지는데 자신만 초라한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 또 진학, 취업, 승진 등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낙방, 승진 실패 등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실제 자살자의 80%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우울증과 자살은 연관 관계가 깊다.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우울한 감정 및 의욕 저하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어 마음의 감기라고도 한다. 수면 장애, 식욕 저하, 불안, 집중력 저하, 피로감, 일상생활의 흥미나 기쁨이 사라지고 본인이 하찮게 여겨지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것 등이 우울증의 증상이다. 증상이 심해져 우울증에서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일정 기간 이상 심각한 증상이 지속될 때는 질환으로서의 우울 장애로 진단한다. 정신분열, 피해망상, 의처·의부증과 같은 관계망상, 환각, 환청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약 2.2배 많고, 특히 40대 이상 여성이 5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년 여성들에게 유독 많이 발병하는 이유는 월경이 중단되는 폐경의 상실감, 가족 내 자녀나 남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허무감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심리학적 영향도 있는데 양성평등사회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참는 여성들의 억압된 감정이 우울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장애로 진단할 때는 9가지 증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울한 기분, 흥미 저하, 체중 증감, 수면 변화, 피로감,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안절부절못하는 상태,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 9가지 증상 중에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저하 중 하나를 동반하면서 5개 이상에 해당하면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한다.

우울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상담 치료, 광선 치료와 같은 기타 치료로 나뉜다. 상담 치료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바로 잡아주는 인지행동 치료가 일반적이다. 매일 일정 시간 강한 광선을 쐬는 광선요법도 도움이 된다. 중등도 이상의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는 적어도 2주 이상 진행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5~6개월 정도 유지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우울증의 정도를 환자가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수칙이 꼭 필요하다. 생활 리듬이 무너지면 무기력감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수면 습관, 운동 등 자신만의 시간표를 만들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또, 비타민 B군과 C군, 트리토판이 풍부한 현미, 콩 등이 들어간 식단은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어 우울감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햇볕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하루 30분 정도 야외에서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 등의 운동도 꼭 필요하다.

긍정적인 마음 자세도 중요하다. 우울감이 생기면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고 자기 자신, 주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통해 활력과 자신감을 갖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