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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건강의료 : 진료실 생각(그랜드연합의원)

봄의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봄의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

by 운영자 2020.04.16

꽃이 화사하게 핀 봄철이면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재채기,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봄철 심해지는 재채기와 맑은 콧물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꽃가루에 대한 전형적인 알레르기비염 증상이다. 봄철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꽃가루뿐만 아니라 집먼지진드기나 미세먼지, 황사 등 우리 주변에 가득하다. 알레르기비염은 우리나라 인구의 14.5~33.9%가 앓을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이다.

비염은 원인에 따라 만성 비염, 직업성 비염 그리고 감기에 의한 급성 비염으로 나눌 수 있다. 만성 비염은 특정한 원인에 의해 6주 이상 지속하는 비염을 말하고, 급성 비염은 감기로 인해 비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직업성 비염은 근무 환경에 비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각종 화학물질에 노출되면서 생긴다. 알레르기비염은 만성 비염에 해당하며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일 년 내내 증상이 지속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나눌 수 있다.

계절성 비염은 봄(3~5월)과 가을(8~10월)에 악화되며 봄에는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버드나무, 삼나무 꽃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는 30~50㎛ 정도의 크기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바람에 꽃가루가 날려 공기 중에 떠 있다가 사람의 코 점막에 붙을 수 있다. 꽃가루는 기온이 높고 맑은 날 잘 퍼지는데, 강한 바람보다는 약 초속 2m의 약한 바람이 불 때 공중으로 높이 떠올라 더 멀리 퍼지기 때문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 더 주의해야 한다. 봄철 알레르기 비염은 황사와 같은 오염 물질로 인해 1차 공격을 받은 후 꽃가루로 2차 공격을 받으면 증상이 더욱더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모든 꽃가루가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상대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지 않고 봄철 가장 흔한 벚꽃도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인자가 아니다.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은 실내에 존재하는 알레르기 항원, 즉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반려동물 털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비염을 감기나 호흡기 장애로 오인하여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천식, 축농증, 중이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요즘에는 소아기, 청소년기의 질환자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코막힘 증상이 지속하면 입 호흡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두통, 학습장애, 정서불안이 발생 할 수도 있다. 끊이지 않는 재채기와 콧물은 생활에 불편함을 넘어 대인관계 기피증이 생겨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완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치료를 망설이거나 미루는 사람이 많은데, 알레르기 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생각한다면 초기 대응과 지속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과 자극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떤 항원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비염이 생기는지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통해 확인 후 회피하는 게 가장 좋다.

사실 일상생활 중에서 항원에 대한 노출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원인 물질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기상청에서 4월부터 10월 사이 제공하는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를 참고하면 좋다. 위험지수는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네 단계로 구분된다. 높음 이상은 대개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므로 꽃가루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 창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꼭 외출해야 한다면 꽃가루 등은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가장 많이 분비되고 점심 이후엔 줄어드니 그때를 이용하고, 반드시 마스크나 모자,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이나 피부, 눈 등을 가리고, 꽃가루가 달라붙기 쉬운 니트나 털옷은 삼가는 것이 좋다. 차를 운전할 때는 가급적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순환을 하고, 창문을 열지 않도록 한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와 몸을 잘 씻고 옷은 자주 털거나 빠는 것도 집안 꽃가루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염수로 콧속을 세척하는 것도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회피요법은 증상을 완화하고 약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늘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 약물은 항히스타민제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에 효과적이다. 다만, 이 약물은 근본적으로 알레르기 체질을 바꿔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에는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항히스타민제를 항생제와 혼동해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우려하며 약사용을 꺼린다. 하지만 항히스타민제는 장기간 복용해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 또 부작용도 거의 없는 안전한 약이다.

경구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있어 꼭 필요할 때만 단기간 사용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를 쓸 때는 코 스프레이로 만들어진 제품을 쓰는 게 전신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비강 점막의 약물 농도를 높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젊은 연령일 경우 장기대책으로 면역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면역요법은 원인 알레르기 물질을 조금씩 투여해서 우리 몸의 면역계가 나쁜 물질로 오해하고 있는 알레르기 물질을 나쁜 물질이 아니라고 인식하도록 재교육하는 방식이다. 한번 시작하면 3∼5년 정도를 지속해야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신중해야 한다.

이 밖에 매일 낮 11~2시 사이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채 피부를 햇볕에 드러내 체내 비타민D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도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먹거리 중에는 고등어, 참치, 정어리, 연어 등의 등 푸른 생선에 비타민D가 많이 들어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사실 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괴롭고 힘든 질환이다. 어찌 보면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 동물 털 같은 것들이라 공감대를 갖기가 어렵고 오히려 남들은 아무렇지 않고 자신만 괴로우니 숨기고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시간이 지난다고 호전되지 않고 악화하여 합병증을 만들 수 있다. 진료를 통해 진단받고 치료하고 생활 속 관리로 삶의 질을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랜드연합내과 배병석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