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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와인, 샤토 오 브리옹 (Chateau Haut-Brion)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와인, 샤토 오 브리옹 (Chateau Haut-Brion)

by 운영자 2015.01.02

와인 이야기 열네 번째-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4)

"위대한 와인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다"
샤토 오 브리옹 Chateau Haut-Brion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현시대에 걸맞은 물건을 만들고,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전통이라고 부른다. 와인도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 전통은 보르도의 5대 샤토(Chateau)를 만드는 와이너리가 지켜간다고 볼 수 있다.
샤토 오 브리옹(Chateau Haut-Brion)은 가장 전통적인 와인을 생산한다. 보르도의 1등급 그랑크뤼 와인 중 가장 오래됐으며,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보르도 와이너리의 상징이다. 15세기부터 포도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16세기에는 뛰어난 와인을 생산한다고 알려지게 됐다. 훌륭한 떼루아를 가진 축복받은 땅에서 양조기술자들은 실력을 뽐내며 와인 향기의 꽃을 피웠다.

또한, 샤토 오 브리옹은 가장 혁신적인 와인이기도 하다. 보르도에서 최초로 100% 새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기술을 도입했고, 포도원에서 직접 병에 넣어 판매를 시작한 것도 샤토 오 브리옹이다. 지금은 많은 와이너리에서 샤토 오 브리옹의 방식을 따라 하고 있다.
보통 10년에서 40년 이상까지도 보관·숙성이 가능한 샤토 오 브리옹은 수십 년이 지나도 특유의 향과 질감이 살아있기로 유명하다. 부드러운 촉감과 혀를 조이는 듯한 타닌의 질감은 떼루아를 잘 담아내 풍성하지만, 양조장인의 뛰어난 손길을 거쳐 지나치지 않고 우아함마저 지닌다.

이 우아함은 특히 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 대사를 지내며 맛본 샤토 오 브리옹에 반해 미국으로 수입했던 일화가 있으며, 유럽 대부분의 지도층이 찾았다. 영국 찰스 2세를 포함한 왕실귀족부터 걸리버 여행기로 잘 알려진 조너선 스위프트,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다니엘 디포, 시인 존 드라이덴 등 유명한 작가들이 마셨으며, 그들의 입과 글을 통해 더욱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샤토 오 브리옹이 이토록 유명해진 이유는 나라를 구했기 때문이다. 많은 와인 비평가들이 1814년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패전한 뒤 열린 오스트리아 빈 회의에서 샤토 오 브리옹이 진가를 나타내며 나라를 구했다며 역사적인 평가를 했다. 패전국 프랑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역사적인 순간, 유럽 각국의 제후들의 입맛을 매료시켜 빈 회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정치적인 이슈는 뒷전이 된 채 사교의 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지나친 비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샤토 오 브리옹은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해낸 와인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샤토 오 브리옹, 훌륭하고 위대한 와인은 나라를 구한다.

서동일 기자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