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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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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 샤토 페트뤼스 (Chateau Petrus)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 샤토 페트뤼스 (Chateau Petrus)

by 운영자 2014.12.26

와인 이야기 열세 번째-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3)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
명품 중의 명품 샤토 페트뤼스 Chateau Petrus


와인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대형마트나 소규모 와인 전문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돈 만원짜리 와인도 있지만,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와인도 있다. 다른 와인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훌륭한 맛과 향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린 명품 중의 최고 명품 와인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는 와인 한병이 자동차 가격과 맞먹는 세계 최고가를 자랑한다.

샤토 페트뤼스는 프랑스 보르도의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된다. 등급 분류체계를 만들 만큼 오래 판매활동을 이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포므롤의 와이너리는 역사적으로 보르도의 다른 와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와인에는 등급이 없다. 메독과 포이약 등 유명 와인 산지에 비해 작은 규모다. 토양에 진흙과 자갈이 많고, 서리와 강한 바람 등 재해가 잦아 포도밭을 구성하고 와인을 생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최고의 명품 와인을 생산하는 유명 와이너리가 된 이유는 인위적으로 자극적이며 강한 향과 맛을 내려 하지 않고 자연이 담고 있는 떼루아의 특징을 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포도를 키우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오히려 묵직하고 입속에서 여운이 오래 남는 와인이 탄생했다고 평한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향은 잘 익은 과일과 향신료의 풍미가 황홀한 밸런스를 이루며, 탄탄하게 균형 잡힌 보디감은 병을 열었을 때부터 마지막 한잔을 따랐을 때까지 이어져 고급 보르도 와인의 극치를 잘 보여준다.
세계적인 명품답게 샤토 페트뤼스의 진가는 왕실에서 먼저 알게 됐다. 1947년 샤토 페트뤼스의 소유주였던 루버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약혼식에 기념선물로 샤토 페트뤼스 매그넘을 보냈고, 왕실 메인 와인으로 선정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의 여왕으로 등극했을 때 다시 한 상자(12병)를 선물했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소식을 듣고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편, 영국의 금융계 종사자들이 샤토 페트뤼스에 반해 수천만원어치의 와인을 법인카드로 결제해 마셔 해고됐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갖고 있다.

1940년대 유명한 와인상인 장 피에르 무엑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 샤토 페트뤼스는 명품 중의 명품을 넘어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마셔봐야 하는 하나의 목표가 됐다.

서동일 기자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