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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다채롭게 모여 신나는 한식 한 끼 봄내예찬

다채롭게 모여 신나는 한식 한 끼 봄내예찬

by 운영자 2020.06.22

# 춘천미식

다채롭게 모여 신나는 한식 한 끼
봄내예찬
‘집밥’처럼 쉽고도 어려운 음식이 또 있을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면, 그렇게 쉽게 숨 쉬듯 먹는 밥이 대학 입학, 취직 등 독립을 하면 좀처럼 먹기 힘든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집밥’이라는 음식은 당연히 집에서 먹어야 집밥이 되겠지만, 많은 한식 음식점이 집밥과 비슷하다고 내세운다. 엄마의 손맛이라는 표현처럼 와 닿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이곳에 왔을 때, 여기는 참 가정집처럼 음식이 나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찬 하나하나가 익숙하고, 편안하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봄내예찬에서 메뉴란 없다. 한 가지로 통일되어있으니 2인, 3인 등 온 인원수만 말하면 된다. 그럼에도 이곳이 점심시간에 빼곡하게 붐비는 까닭은 반찬의 다양함에 있다. 어떤 사람의 입맛에도 맞출 수 있는 15찬 한상 차림이다.
이러한 스타일의 식당을 처음 만난 건 여의도였는데, 넓은 지하1층에 들어가 사람들이 앉기만 하면 바로 다양한 반찬과 밥이 나왔다. 고민할 것도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 딱인 식당이어서 자주 이용했었다. 봄내예찬을 소개받아 처음 들어간 순간, 많은 직장인들이 찾는 모습을 보고 ‘역시!’라고 생각했다. 짧고 달콤한 직장인의 점심시간, 빨리 푸짐하고 든든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나 있으니까. 맛도 서울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고 그릇도 예뻤는데, 봄내예찬이라는 가게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늘 똑같은 찬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날은 가자미구이를 비롯해, 제육볶음, 잡채, 고추부각, 도라지무침, 멸치볶음, 고추장아찌, 호박볶음, 숙주나물, 브로콜리샐러드, 두부조림, 계란찜, 깻잎장아찌, 고사리무침, 김치가 나왔다. 국은 해물을 넣어 시원한 미역국이었다. 밥 한그릇 뚝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반찬들. 고기나 생선, 공기밥은 추가 비용이 있지만 다른 반찬은 리필이 가능했다. 먹음직스러운 반찬 위로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다 보니 밥 한 공기는 역시 부족하게 느껴진다. 정갈하게 담겨 나온 한상 차림은 배도 마음도 부르게 한다. 간이 세지 않아, 많은 반찬을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이 남녀노소 손님을 부르는 바탕이 아닐까 싶다. 특히 노년층 손님이 많이 보이는데, 어르신 입맛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식으로서 인정받았다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
서울에서 처음 만났던 식당과 같은 방식인데도 이곳이 삭막한 식당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름답게 가꿔놓은 식물과 화분, 창가의 소품들 덕분이다. 넓은 공간과 트인 창, 밝은 분위기가 식사할 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훌륭한 채광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간, 형광등 아래 있던 모습과는 달리 직장인들이 더욱 생기 있어진다. 누구 하나 크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고루 모여 행복한 반찬들과의 만남, 직장의 많은 책상들 중 하나 앞에 앉아있던 직장인에게 힘을 건네준다.

위치 동면 삭주로 243
문의 242-3917
운영 11:30 ~ 20:00
브레이크 타임 14:30 ~ 17:30
일요일·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