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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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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방전되어도 괜찮아 광장상회

가끔 방전되어도 괜찮아 광장상회

by 운영자 2020.06.05

# 춘천의 모든카페

가끔 방전되어도 괜찮아
광장상회

OPEN 11:00 | CLOSE 23:00 | 월요일 휴무
6월 6일~9일 휴가
난개발에 몸살을 앓던 도시, 옛것을 썰물처럼 흘려보내고서야 이제는 사람들이 과거의 흔적을 그리워하게 됐다.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뉴트로(New+Retro의 합성어) 열풍이 부는 것도 ‘아, 그땐 그랬지’ 하며 과거에 기대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도시도 사람도 언제까지나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는 없는 법, 광장상회에서 잠시 방전된 물건이 된 마냥 멍때려본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춘천의 다양한 뉴트로 카페를 갔지만, 광장상회만큼 복고와 어울리는 위치, 주변의 풍경은 보지 못한 듯하다. 운교동에 위치해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공간으로 쓰였다는 이곳은 2019년 11월 카페라는 또다시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
나무를 가지치기하듯 주택이라는 공간을 잘 다듬어내 멋지게 꾸민 이곳은 옛 타일 하나조차도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세심한 손길의 흔적이 닿았다는 느낌을 구석구석에서 받을 수 있다. 벨몽드 주차장과 인접해있고 동부시장이 바로 앞에 있어 번화가인데도 살짝 들어선 골목이라 조용하다. 구도심 안에서 주변과 위화감 없이 조성된 카페는 별채가 또 따로 있어, 공간의 활용이 재밌다. 개다리소반을 테이블로 둔 좌식 공간도 있고, 어여쁜 레이스 커튼이 돋보이는 테이블도 있다.
특히 마당 풍경이 잠시 멈춰 서게 만든다. 색색깔 예쁜 꽃화분이 가득 높여 있고,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 전깃줄 한 가닥 지나가는, 아파트에서 살면 쉽게 느낄 수 없는 낮은 하늘 풍경이다.
주문한 음료는 ‘소금 라떼’로 히말라야 핑크솔트를 위에 뿌렸다. 보통의 라떼보다 크림층이 달고 두터워 소금의 짠맛으로 맛이 부각된다. 음료만큼은 2020년에서 온 듯하다. 광장상회에서 인절미를 이용한 음료도 인기가 좋았지만, 날이 더워져 잠시 판매를 중단한다고 했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음료를 찍어 메뉴판을 대신하고 있는 점도 귀여웠다. 글라스 레드 와인을 판매하고 있어 저녁에는 커피 대신 와인으로 여유로운 휴식을 누리기에도 좋다.
마당을 거닐면서 ‘두꺼비집’을 떠올려본다. 과한 전압이 몰리면 ‘탁’ 하고 모든 걸 정지시켜버렸던 두꺼비집의 존재를. 갑자기 한순간 정지돼버리고 암흑이 찾아오면 그제야 무엇이 우리집을 힘들게 했나 주섬주섬 플러그를 뽑곤 했다. 사람에게도 과한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정지해버리는 두꺼비집이 있어 주변에서 알아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 전에 앞서 차 한 잔 앞에 두고 잠시 방전된 장난감처럼 머물러본다. 오래된 동네와 가옥이 주는 안락함, 그 품속에서 2020년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