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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매콤한 해물의 바다에 풍덩! 복순이아구찜

매콤한 해물의 바다에 풍덩! 복순이아구찜

by 운영자 2020.05.26

# 춘천미식

매콤한 해물의 바다에 풍덩!
복순이아구찜

참 못생긴 생선이다. ‘아귀’의 넓은 입, 흐물흐물한 외형과 큼직한 사이즈는 밥상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 매력을 알 수가 없다. 매콤한 양념, 쫀득한 껍질, 고소한 살을 먹다보면 역시 겉보기만 보고 쉽게 결정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이 생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위치 | 동면 뒷들길 4-7
문의 | 251-3330
운영 | 15:00 ~ 22:00 일요일 휴무
평소 ‘아귀찜’은 물론이고 ‘해물찜’도 찾아서 먹지 않았기에, 갑자기 회식 메뉴로 만난 ‘아귀찜’은 낯설고 먼 음식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매콤한 아귀찜을 반겼지만, 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복순이아구찜’은 단일 메뉴에 사이즈도 하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맵기의 정도이다.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에서 ‘중간맛’을 선택했다. 중간맛을 선택해도 충분히 매콤함을 즐길 수 있다. 한가지만을 집중해서 판매한다는 데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굳이 여러 메뉴를 준비해놓지 않아도 손님들은 ‘아귀찜’ 하나만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는 점이 당당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단일메뉴로 판매하면,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할지 들어와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손님 입장에서도 홀가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게 내부는 좌식 테이블이 깔끔하게 놓여져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은 시끄러운 번화가도 아니기에 식사에 집중하기 좋다. 술을 곁들이는 테이블이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저녁시간이 되면 북적이며 흥겨워진다.
손이 가는 찬들이 깔렸다. 가자미식해와 오이 절임, 부드러운 소스를 곁들인 양상추샐러드이다. 모두 매운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반찬 종류이다.
곧이어 푸짐하게 쌓인 아귀찜이 올려졌다. 가장 먼저 큼직한 낙지 한 마리가 보인다. 오도독 씹는 재미가 있는 미더덕도 반갑다. 아귀찜을 먹기 좋게 자르니 포슬포슬하고 고소한 생선의 맛 그대로의 ‘살’ 부분과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좋은 껍질, 아가미, 지느러미 부분 등으로 나눠진다. 쫄깃한 부분은 콜라겐 성분이 많아 피부에 좋다는데 피부 건강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러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바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와사비장에 콕 찍어서 먹으면서 해물의 맛을 제대로 느낀다. 아삭한 콩나물과 함께 홍합도 쏙쏙 발라내 이어 먹는다. 매운맛을 잠시 누르는 미역국도 통통한 아귀찜을 먹는 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철판에 볶아먹는 볶음밥은 빠지면 아쉽다. 든든하게 먹고 일어서는데 어쩐지 자꾸만 입안에서 아귀찜의 쫄깃한 식감이 감돈다.
아귀찜의 매력에 풍덩 빠지고 말아선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회식을 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자꾸만 생각이 나 포장을 택했다. 회식을 하는 날에도 포장손님이 많아, 쉴 새 없이 문이 열렸는데 역시나 집에서 편안하게 아귀찜을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매콤함이 계속 입 안에서 즐겁게 맴도는 이유는 텁텁하지 않은 양념에 시간이 지나도 채소로 인한 물이 생겨서 흥건해지지 않고 끝까지 그대로 먹을 수 있어서이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요리인 만큼, ‘아귀찜’ 맛이 생각난다면 주저하지 않고 곧장 찾을 곳이 생겨 반갑다. 먹을 메뉴가 다양해질수록 퇴근길이 즐거워지는 것은 삶의 작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