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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누가 어떤 기억을 비볐나요? 명가막국수

누가 어떤 기억을 비볐나요? 명가막국수

by 운영자 2020.04.13

춘천미식

누가 어떤 기억을 비볐나요?
명가막국수
위치| 신북읍 상천3길 8
문의| 241-8443
운영| 09:00~21:00
춘천 사람들에게 닭갈비집만큼 단골 음식점 하나쯤은 갖고 있을듯한 음식점이 바로 막국수집이다. 집마다 담그는 김치처럼 각자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막국수가 있다는 점도 재밌지만, 타지역이라면 쉽게 구분하지 못 할 만큼 미세한 차이의 양념도 크게 받아들인다는 점도 어찌 보면 춘천이라서 가능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오늘 간 곳은 남동생이 꼽는 최애 막국수를 하는 곳. 이곳을 알게 된 사연도 재밌다. 취업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1차 면접, 2차 면접을 진행하며 예상치 못하게 긴 시간을 있었어야 했던 것. 회사에서는 면접을 보러온 구직자들에게 점심을 사줬고, 그 장소가 바로 명가막국수였다고. 편한 마음으로 먹지 못했을 것이 뻔한데, 남동생은 한 번 먹고는 너무 반해서 혼자만 싹 비웠다고. “막국수는 설탕 맛이죠!”라며 개인의 신념까지 피력해 함께 있던 직원들을 웃겼다니,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그 정도였을까 궁금했다.
소양강댐으로 올라가는 길 인근에 있어 차 안에서 드라이브스루 벚꽃 구경을 하며 도착했다. 내부는 입식 테이블, 좌식 테이블 두 종류 다 넓게 펼쳐져 있었다. 편하게 앉아 바로 막국수와 편육을 주문했다.
우선 동생이 추천하는 대로 막국수를 말았다. 평소라면 잘 넣지 않던 설탕도 한 스푼, 육수를 충분히 졸졸 부어 녹인 후 양념을 잘 섞었다. 확실히 늘 먹던 맛과 달랐다. 달콤한 맛이 막국수 면의 쌉싸름한 맛까지 한껏 끌어온다. 육수를 많이 넣으니 면을 먹는 속도도 빨라지고, 양념도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 늘 “달지 않게”를 강조하며 슴슴한 맛을 선호하는 다른 사람의 막국수 한 입은 아예 다른 면 요리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랐다. 같은 막국수를 먹는데 육수의 양과 설탕 첨가 정도에 따라 맛이 확확 바뀐다.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게 익혀 나온 편육은 막국수와도 잘 어울린다. 국수만 먹어 가볍다면, 편육은 그 위에 든든함을 얹어준다. 짧은 식사 시간이었지만,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막국수의 감칠맛이 더해졌다. 그 날 혼자 막국수를 다 먹은 남동생은 회사에 합격해 잘 다니고 있으니, 우리 가족에게도 좋은 기억을 더 해준 음식점으로 남았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