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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비빔국수, 히든메뉴의 즐거움 백리향

비빔국수, 히든메뉴의 즐거움 백리향

by 운영자 2020.03.16

# 춘천미식

비빔국수,
히든메뉴의 즐거움

백리향

위치| 신흥길5번길 8-2
문의| 241-1035
운영| 오전 11시 ~ 오후 8시 30분
춘천에서 중화비빔국수로 더 유명한 곳은 따로 있지만, 우두동에도 맛있게 비빔국수를 하는 곳이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다. 백리향을 추천하는 댓글 하나에 또 어떤 사람이 우두동 사시느냐면서, 본인도 좋아하는 집이라고 또 댓글이 달렸기에 이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댓글을 다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데, 인터넷의 댓글 하나지만 나만의 맛집을 알아준 반가움이 물씬 느껴졌다.
우두동 ‘백리향’은 배달을 많이 하는 평범한 외관의 중국집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은행 직원 둘이 ‘비빔국수’를 먹고 있다. ‘제대로 찾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주변에 사는 동네사람, 회사원이 찾을수록 더 괜찮다는 방증 아닐까. 앉자마자 비빔국수를 시키고 그제야 찬찬히 메뉴를 보니, 그 많은 중국집 메뉴 중에 ‘비빔국수’는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비빔국수를 잘하는 집으로 알고 왔고, 또 홀에서도 사람들이 비빔국수를 먹고 있는데 메뉴판에는 없다니. 물어보니 이곳에서 ‘비빔국수’는 계절 음식인데, 하절기에만 판매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찾아서 계속 하고 있었던 것. 비빔국수라는 메뉴가 굳이 붙여져 있지 않아도 아는 사람은 와서 시켜먹는 그런 메뉴였던 것이다. 아는 사람만 먹고 숨겨놓은 메뉴, 히든메뉴를 발견한 기분이라 매우 즐거웠다.
비빔국수는 면이 쫄깃하고 굵으니 함께 나온 가위로 적당히 잘라서 먹어야 한다. 고추기름으로 만든 매운 양념이 푸짐하게 들어갔다. 매운 음식을 잘 먹는데도 불구하고, 꽤 매워서 함께 나온 삶은 계란도 후다닥 먹어야 했고 같이 시킨 볶음밥으로도 달래야 했다. 채 썬 당근과 오이, 김치에 잘 어울리는 매콤하고 달아 진한 양념이다. 한번 먹고 난 이후에 그 정도로 강렬함을 주는 메뉴는 찾기 힘들어 또 생각날 만했다. 일반적으로 소면이 내는 맛과 확실히 달라 중국집에서 뭘 먹을까 하면 짜장면, 짬뽕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로 비빔국수도 떠올릴 듯하다. 비빔국수의 발견은 마치 어릴 적 보물찾기 종이를 찾은 것 마냥 그날 하루를 신나게 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