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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With Coffee

낯설지만, 고요하게 뮤지엄카페

낯설지만, 고요하게 뮤지엄카페

by 운영자 2020.02.03

뮤지엄카페
영업시간 09:30 ~18:00 (월요일 휴무)
| 문의 260-1579 | 위치 우석로 70

질문 하나, 뮤지엄카페는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뮤지엄(Museum), 박물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차를 마시러 박물관까지 간다고? 약간 생소하게 여길 수도 있는 발걸음이다. 하지만 한낮의 박물관은 더없이 카페로서 즐기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국립박물관이 있는 도시는 흔치 않으니(14개 도시), 춘천에 산다는 혜택으로 더 자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카페가 로비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박물관 방문객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만 올 것 같지만, 친구와 쌓아놓은 수다를 떨기 위해, 혹은 작업에 몰두하고 싶어 오랜 시간 머무르는 손님들이 보인다. 다른 카페와 달리 오래 앉아있어도 크게 마음 쓰일 일이 없어 더 편안하다.
또 다른 카페와 차별화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예전에는 기념품이라고 하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었는데, 새롭게 뜨고 있는 것이 바로 박물관이랑 미술관 굿즈(goods)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에 예스러움을 더해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신사임당 초충도가 새겨진 필통은 일상 속에서 눈길을 끌고, 교실 안에서 화제가 된다. 이외에도 문화재 모양의 팬던트를 제작할 수 있는 재료, 입체민화카드, 고무로 만든 새총 등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해도 재미있는 상품이 한가득이다. 어울리는 것과 의외의 것이 섞여 있으니 어떤 사람이 와도 차만 마시지 말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차를 들고 정원을 거닐기에도 뮤지엄카페는 제격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걷는다. 겨울의 찬 공기가 상쾌하다. 깊은 생각에 빠져보거나, 담소를 즐기기에 주변의 길이 잘 정리되어있어 좋다. 기억의 정원에서 바라보는 돌상은 온실 속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2020년에도 현대인과 함께 살아가는 예술품으로 다가온다. 선조들의 고고한 취향에 발길이 닿는다.
직원에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음료 종류를 물으니, 아메리카노와 바닐라라떼를 꼽는다. 커피가 아닌 것으로는 고구마라떼, 초코라떼를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휘핑크림은 에스프레소콘파냐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뮤지엄카페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찬스가 하나 있다. 박물관을 다섯 번 왔다는 도장을 꾹꾹 받아보자. 4잔의 아메리카노가 기다리고 있다.
로비는 날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카페 인테리어가 특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설을 맞아 복주머니가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다. 달콤한 바닐라라떼 위로 복도 하나 탐스럽게 떨어졌으면 좋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