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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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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있는 방학을 그려본다

추억이 있는 방학을 그려본다

by 운영자 2019.01.03

어느덧 방학 시즌이다. 방학을 기다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하루가 열흘 같을 것이고, 반대로 부모님들은 열흘이 하루 같을 것이다. 대상에 따라 방학에 대한 온도 차가 이렇게 다르다. 아마 지금쯤 학부모님들은 벌써부터 방학 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이나 학원들을 열심히 물색하고 계시리라 짐작이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학창시절 방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으나 지금처럼 그저 그렇게 학원 또는 기관으로만 내몰리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방학에 대한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모두 가지고 있지 않을까?

개인적인 추억일지 모르겠으나 방학이 되면 항상 시골의 외할머니댁에 가서 며칠씩 보내곤 했다. 비슷한 시기에 이웃집 손자 손녀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어 한적한 시골 마을은 어느새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동네가 되곤 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아마 비슷한 추억을 공유하는 분들도 꽤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어쩌면 그 시절 고단한 도시 생활을 하던 대부분 부모세대들이 그렇듯 새벽별보고 나가서 새벽별보며 들어오시던 아버지와 부엌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던 우리네 어머님들이 기나긴 방학 동안 아이들을 그나마 안전하게 맡길 만만한 장소가 시골 외갓집 또는 친가이었을 것이다. 마땅한 놀잇감이 없던 그 시절 낮에는 추수가 끝난 논에 나가 맘껏 뛰어놀고 해가 지면 이집 저집 모여 할머니,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거나 그도 아니면 삼삼오오 TV 앞에 둘러앉아 이불을 덮어쓰고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던 추억들을 지금의 부모세대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풍경들이지만 방학을 앞둔 지금 왠지 모르게 그때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그런 공간과 시간이 사라져버린 우리의 아이들이 애잔하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방학의 풍경이 달라지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방학 중에도 텅 빈 놀이터와 바쁘게 운행하는 수많은 학원 차량을 보노라면 씁쓸한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감출 수가 없다. 방학을 앞두고 문득 생각해본다. 시간 지나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처럼은 아니더라도 피시방이나 학원이 아닌 그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따듯하고 웃음 짓게 만들 수 있는 방학의 추억거리 하나쯤은 간직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드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