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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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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편지가 그리워지는 요즘에

손 편지가 그리워지는 요즘에

by 운영자 2018.11.08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문득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의 일부를 끄적거려 보고 싶은 이 가을이 그저 속절없이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 너무 아쉬운 요즘이다. 이맘때면 한 번쯤 손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가끔 학생들의 글 쓰는 모습을 보노라면 연필 잡는 모습도 서툴지만 글씨 쓰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버린 학습 환경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였지만 한 번쯤 붙잡고 싶은 옛것들을 많이 빼앗아가기도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중 가장 붙잡고 싶은 옛것 중 하나가 바로 손편지의 추억이다.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처분하였지만 끝내 버리지 못하고 신주단지처럼 들고 다니는 것이 과거 친구 또는 아내와 수줍게 주고받았던 손편지 꾸러미이다. 나의 손편지를 받고 좋아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한자씩 써 내려가는 과정도 즐거웠지만 언제쯤 그리운 이에게 나의 마음이 전달될까 하며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던 그 시간도 무척 애틋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요즘 학생들은 디지털 세대에 맞는 나름의 방식으로 의사 표현과 감정표현을 하고 있겠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건 이미 아재가 되어버린 나만의 촌스러운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수업 교구들과 교재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교구와 교재가 좋고 나쁨을 떠나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숙제가 되어버렸다. 형, 누나에게 물려받아 손끝에 침을 발라가며 읽던 그 낡은 참고서들은 이제 중고책방에서도 찾기 힘든 골동품이 된 지 오래다. 풍족해서가 아니라 따듯해서 더 소중했던 추억들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삶을 이롭게만 할까? 바야흐로 정보의 홍수 시대다. 그에 따른 지식 축적의 속도와 양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스마트폰의 편리함으로 인해 어느새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던 풍경이 점차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요즘의 학생들이 우리의 학습방법과 환경을 답습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이 가을 손편지 한 통 써보고 싶은 감성과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필체 연습하던 시간 정도는 물려주고 싶다는 고리타분한 욕심이 드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