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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이열치열 주꾸미로 핫하게 ALL THE쭈꾸미

이열치열 주꾸미로 핫하게 ALL THE쭈꾸미

by 운영자 2018.08.14

춘천미식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힘든 여름이다. 냉수를 자주 마셔도 금세 입안이 텁텁해질 정도로 더위로 인해 맥을 못 출 정도다. 평소 같다면 이럴 때 한 끼 굶어도 좋겠지만, 밥 잘 먹고 더 힘내야하는 시기이기에 가까운 주변을 둘러본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무더위의 한복판에서 점심메뉴로 주꾸미를 선택했다. 달아오르는 매운맛이 생각만 해도 더운데, 한번 정면 승부를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처음 들어가 본 매장은 좌식으로 넓었고, 생각보다 매콤한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바로 옆에 놓인 시원한 묵사발이 해답이었다. 주꾸미로 오른 열을 시원하게 내릴 수 있는 묵사발. 옆 테이블의 음식을 보고 있자니, 예상보다도 허기가 몰려와 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삭아삭한 양파, 양배추와 함께 먹음직스럽게 볶아진 주꾸미 한 접시가 군침을 돌게 했다.
여기에 잘 비벼 먹을 수 있도록 김을 올린 밥이 나왔다. 잘게 썬 상추, 콩나물을 잔뜩 올려 주꾸미와 신나게 비볐다. 촉촉하고 야들야들한 주꾸미의 식감이 밥과 어우러지면, 계속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중간중간 시원한 묵사발로 달래주고, 너무 매운듯하면 콩나물로 조절하며 빠르게 한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입맛이 떨어졌다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이다. 주꾸미 특유의 쫄깃함은 밥을 다 먹고도 그릇에 자꾸 젓가락을 향하게 한다. 신나게 먹은 만큼 입 주변이 달아올라있는데, 아주 반가운 후식이 등장했다. 믹서기 소리가 난다 싶었더니 바로 얼음이 곱게 갈린 블루베리요거트이다. 매운 입을 말끔하게 달래주고 블루베리 향이 입안 가득해진다.
주꾸미 하나의 매움에도 시원한 묵사발, 아삭한 콩나물, 달콤한 블루베리요거트가 달려들어 그 짐을 나눠 들 듯이 올해의 무서운 더위도 이것저것으로 삭힐 궁리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잠시라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마음을 식혀보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영화 한 편으로 관심을 돌려보고…. 40도의 무더위도 버텨냈으니 “훗, 이제 이 정도쯤이야”라고 앞으로 내려갈 기온을 향해 거드름을 피워본다. 스스로 날씨와 싸웠던 하루하루를 대견해 하며.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문의 256-6969 | 위치 삭주로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