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물에 넣은 고기도 맛있다 쌈촌

물에 넣은 고기도 맛있다 쌈촌

by 운영자 2018.04.20

춘천미식
‘물에 넣은 고기는 싫다’는 말은 기자의 취향 그대로였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 종류에 떠나서 주로 고기는 볶아서, 튀겨서 먹어야 한다는 비뚤어진 고칼로리 신념을 갖고 있었다. 같은 재료여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칼로리도 맛이 확 달라진다. 맛과 칼로리는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고기를 물에 넣어 삶아 조리하면 선호도만큼이나 칼로리도 떨어진다. 그래서 탕 종류도 선호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삼계탕과 닭갈비는 내게 너무나 다른 음식이었다. 샤브샤브를 만나기 전까지, 고기와 물은 언제나 저 멀리 떨어졌으면 했다.
샤브샤브는 잠시 물에 닿긴 했어도, 라이스페이퍼 안에 들어간 채소와 소스가 깜짝쇼를 일으킨다. 아삭한 채소를 잔뜩 먹는데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각종 채소 속에서 파인애플 조각이 상큼함으로, 칠리소스가 매콤달콤하게 포장해주기 때문이다. 동생과 함께 찾은 매장에서 좋아하는 조각 파인애플과 채소, 라이스페이퍼를 무한리필할 수 있었다. 소고기만을 선택하거나 삼겹살을 섞어서 먹을 수도 있다. 매장 이름이 ‘쌈촌’인 이유는 처음 샤브샤브를 라이스페이퍼에 싸먹는 개념이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쌈’이라고 소개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샤브샤브와 월남쌈을 한 상에서 즐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샤브샤브가 고기를 잠시 육수에 익혀 채소와 먹는다면, 월남쌈은 모든 재료를 준비해놓고 각종 재료를 하나씩 싸 먹는 음식이니까 둘의 만남은 먹는 이들에게 밥상의 퓨전 축제이다.
‘한 상 푸짐히 먹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메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어지는 쌀국수 파티와 고소한 계란죽 코스까지 푸짐하다. 입구에 놓인 아이스크림, 아메리카노로 후식까지 하고 나니 흐뭇해진다. 물에 넣은 고기라도 맛있어지는 순간이 있으니, 좋은 식재료 친구들을 만날 때다. 칼로리를 잠시 외면하더라도, 채소를 푸짐하게 섭취한 만큼 영양도 고루 챙긴 것 같아 마음도 흡족해진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위치 퇴계농공로 20 종로타워건물 2층 | 문의 264-5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