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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헤매지 않아도 되는 맛 평양막국수

헤매지 않아도 되는 맛 평양막국수

by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2018.04.13

문의 257-9886 | 위치 명주길5번길 13-1

마땅히 식사할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위치에서 괜찮은 음식점을 찾으면 이보다 기분 좋을 수 없다. 참새에게 들리는 새로운 방앗간의 개점 소식처럼, 기자에겐 평양막국수가 특히 그랬다. 공연이 많은 춘천문화예술회관을 자주 찾지만, 특별히 가까운 음식점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늦은 저녁식사를 하거나, 편의점에서 대충 끼니를 해결하곤 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곳은 바로 평양막국수. 막국수는 가볍게 즐기기도 좋은 면 음식이지만, 잘 챙겨먹었다는 뿌듯함이 드는 메뉴이기도 하다. 알고 보니 주변에서도 널리 알려진 집이라, 그동안 몰랐다는 사실이 약간 억울해질뻔 했다.
오래된 막국숫집의 편안함은 입구에서부터 느껴진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따라 걷는 맛이 있는 곳으로, 그림 사이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입구는 왠지 모를 정감을 안긴다.
입구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 방 안에서 들어서면, 그만큼이나 따뜻한 면수를 담은 주전자를 맞이하게 된다. 면수를 홀짝이며 속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막국수를 맛볼 준비를 한다. 쫄깃한 감자전도 놓칠 수 없다. 막국수만큼 편육이나 각종 전 종류와 잘 어울리는 면 요리도 없을듯하다. 하지만 배달 족발에 함께 오는 막국수가 조연의 자리라면, 이곳에서만큼은 주인공의 노릇을 단단히 해낸다. 쫄깃하면서도 따끈한 감자전은 본 공연을 하기 전 분위기메이커의 역할을 하고 훌쩍 사라진다. 간장에 콕콕 찍어 몇 번 먹으니 금세 없다. 배부르지 않지만, 입맛을 실컷 돋워놓으면 주연의 차례다. 막국수 특유의 자극적이지 않은 면과 조화로운 양념, 여기에 취향껏 곁들이는 소스를 더하고 원하는 만큼 촉촉하게 만들어 후루룩 먹어본다.
춘천 사람이라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을 때다. 단순히 같은 메뉴는 어느 도시에나 있지만, 춘천시민만이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집집마다 외지인은 잘 모르는 막국수의 미묘한 맛 차이를 느껴가며 번갈아 즐기는 데에 있다. 이날 역시 마음속 막국수리스트 한곳에 잘 저장해둔다. 계속 손이 갔던 김치와 빨리 먹어도 제대로 먹은듯한 막국수가 필요하면 헤매지 않고 바로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