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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칼국수 한 그릇의 온기 '일품칼국수'

칼국수 한 그릇의 온기 '일품칼국수'

by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2018.03.16

춘천미식

일품칼국수::

위치 사우로 170-1
문의 242-0032
봄을 불러오는 비가 자주 내린다. 쌀쌀하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속을 따뜻하게 데울 것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출출한 점심, 밀가루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회사 인근에 있는 칼국수집을 찾았다. 역시나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든든하며 맛을 지니고 있다면 당연히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은 부드러운 칼국수에 칼칼하게 매운 김치의 조합이 멋진 곳이다. 넓은 공간은 깔끔하게 좌석과 입식으로 나눠져 있다. 메뉴는 단출하다. 칼국수, 만두, 콩국수. 단체 손님으로 많이 왔다면 칼국수와 만두를 함께 주문해 볼만 하지만, 워낙 칼국수의 양이 많다. 밥도 반 공기 정도 나오기 때문에, 웬만한 대식가라도 양이 부족할 일은 드물다.
칼국수를 한 상 가운데 냄비에 끓여 덜어 먹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1인마다 한 그릇씩 먹을 수 있도록 나오는 방법도 있다. 일품칼국수에서는 후자이다. 가운데 놓고 나눠 먹으면 아무래도 식사시간이 길어지는데, 이곳은 다들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나간다. 회전율이 참 빨라서 이것이야말로 꽤 괜찮은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 가루가 소복하게 뿌려져 있는 칼국수는 밀가루의 포근한 맛을 낸다. 기존의 해물 칼국수처럼 해물로 맛을 내지 않았고, 매운 국물이 아니다 보니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탱탱한 칼국수 면과 함께 흡입하다 보면, 매운 김치가 적절한 타이밍에서 화끈하게 치고 들어온다. 김치의 역할이 중요해서 김치 리필은 꼭 하게 된다. 맛깔나게 담그는 김치 실력도 부러워진다.
후루룩 국수로 한 끼 해결하고 따뜻한 속을 안고 나온다. 평소 칼국수를 선호하지 않는데도 이곳의 칼국수는 다시 생각나는 맛이다. 좋아하지 않는 메뉴를 소개를 통해 찾아가 먹은 후에 ‘오, 이 집이라면 괜찮아’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정말 흔치않다. 손으로 내는 면발은 기계만큼 균일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먹는 즐거움이 있다. 칼국수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인가 보다. 내 입맛은 어떻다고 정하고 고집하기보다 은근슬쩍 자리 이동해 보는 것도 먹는 즐거움을 키우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