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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움츠러든 하루 달래는 황태 정식 '황태마을'

움츠러든 하루 달래는 황태 정식 '황태마을'

by 운영자 2018.02.02

# 춘천미식
황태는 만들어지는 과정조차 고단하다. 겨울바람과 싸우고, 얼고 녹기를 수없이 해야 서서히 건조되며 부드러워진다. 뽀얗게 낸 황태국의 맛은 어쩌면 치열한 사투 끝에 낸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터. 황태는 다시 겨우내 추위에 떨며 고단했던 사람들을 달랜다. 마치 ‘내가 그 추위 잘 알고 있어’라고 말하듯. 겨울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다.
골목 사이사이 빙판길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겨울 음식을 먹고자 찾은 곳은 ‘황태마을’이다. 추천을 받았던 만큼 내부에도 사람들로 빼곡하다. ‘황태마을’ 정식은 한 상 가득 차려지는 순간 푸짐함으로 보고 있으면 배부르게 한다.
뽀얀 황태국은 사르르 몸을 녹인다. 최근 소화불량 환자가 늘었다고 할 정도의 단단한 강추위도 무장해제이다. 진한 국물은 부담스럽지도 않고, 따뜻하면서 개운하다.
뜨거운 철판 위에 올라온 황태는 큼지막한 사이즈이다. 이곳의 양념이 황태의 맛을 완성시킨다. 질 좋은 황태에 딱 맞는 양념이 발려져야 진정한 밥도둑이 된다. 보통 생선에게서 나오기 힘든 쫄깃한 식감이 황태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반찬은 굴무침부터 비롯해 청포묵, 샐러드, 양배추찜, 고추 튀각 등 다채롭게 나온다. 황태를 대표 메뉴로 내걸고 있지만, 황태가 내키지 않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은 또 있다. 더덕 정식도 놓칠 수 없는 맛이다. 철판 위 더덕 위에도 양념이 먹음직스럽다.
든든히 먹고 나오며 이곳에서 파는 황태 관련 상품을 볼 수가 있었다. 황태포를 비롯해 양념구이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양념장, 도시락 상품 등이었다. 확실한 황태 전문점의 모습이다. 추위, 숙취, 뭐든 시원하게 풀어내는 황태의 맛은 자극적이지 않다. 은은하게 해제하는 그 맛은 햇볕을 닮았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시련을 감내하며 쌓는 내공은 사람만 아니라 식자재에도 쌓이는 것인가 싶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

문의 251-8253
위치 충혼길8번길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