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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큰마음 먹고, 스테이크와 와인

큰마음 먹고, 스테이크와 와인

by 운영자 2018.01.12

시골쥐의 서울음식
스테이크와 와인은 고급스러운 한 끼의 대명사가 됐다. 보통 ‘칼질’하러 간다며 표현할 정도로 평소보다는 좀 더 특별하고 기억하고 싶은 날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가게 된다.

소고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무조건 닭갈비와 오리고기를 선호했다. 5년 전부터 먹을 일이 종종 생겨 먹다 보니 이제는 찾아서 먹을 정도로 좋아졌다. 무엇보다 덜 익힌 소고기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됐다. 육회도 좋아하게 됐고 소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색깔만 변하면 먹어라’는 이상한 말의 참뜻(?)도 이해하게 됐다.
취업준비생의 목표는 취업이다. 취준생들은 용돈으로는 마음껏 할 수 없는 것들을 꿈꾼다. 평소 엄두를 낼 수 없는 값비싼 취미 용품들을 주로 목록에 쓴다. 기자에게는 바로 스테이크였다. 취준생 시절, 월급을 받으면 말로만 듣던 코스요리를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기회가 왔다. 물론 시원하게 결제하지는 못했다. 꽤 할인율이 높은 레스토랑 프로모션을 온라인에서 발견하고는 시도할 용기를 냈다.
클래식 콥 샐러드는 잘게 썬 각종 재료가 색감이 돋보이게 담겨있었다. 아보카도와 치즈, 계란 노른자와 토마토, 올리브 등을 잘 섞으면 먹기 편한 샐러드가 된다. 와인은 잘 모르기 때문에 칠레산의 잔 와인으로 택했다. 비프 립으로 속을 채운 미트 파이는 바삭한 튀김이 육즙 가득한 소고기를 잔뜩 머금었다.
축적된 숙성 기술로 맛을 낸 스테이크는 채끝과 립아이였다. 립아이의 다른 이름은 꽃등심이다. 평소에는 한 번에 한 종류만 구워 먹어서, 부위마다 식감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새로운 발견이었다. 뒤에 나오는 ‘맥 앤 치즈’는 고소함이 가득했다. 플레인 치즈 케익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고 나니 어느새 다 먹어버린 것이 아쉽기도 했다.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집에서 자리를 잡고 양껏 구웠기에, 천천히 즐기며 먹는 독특한 경험은 즐거웠다. 늘 소고기를 먹을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그러면 소중함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먹어야 더 맛있기 때문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