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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잘못 주문했던 경험 있나요

잘못 주문했던 경험 있나요

by 운영자 2017.12.22

어쩔 때는 실수했기 때문에 낯선 경험을 한다. 내가 편안한 길로만 걷다가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며 색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잘못 클릭해서 들어간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아이템을 만날 수도 있다. 음식 주문도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음식은 잘못 주문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한식이나 중식, 일식 등 늘 즐겨 먹는 음식이라면 그럴 일은 드물다. 낯선 곳에 방문해서 영어로만 가득한 메뉴판을 마주하게 되면 으레 긴장하기 마련이다.
케밥을 파는 곳에서 거대한 고기 기둥을 만나면 군침이 돈다. 얇은 또띠아 위에 한가득 올려놓은 재료들, 아삭한 채소와 고기, 소스의 조합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기에 입구부터 사람이 붐비면 호기심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최고의 케밥을 만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태원이라는 동네가 주는 기대감이 그랬다.

앞 순서에서 단체 주문한 케밥 포장이 차곡차곡 쌓이고,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질 때 세트 메뉴로 보이는 ‘박스 세트’를 주문했다. ‘케밥·감자·음료’라고 쓰여 있었기에 당연히 햄버거 세트처럼 먹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 조금 더 주의력 있게 봤다면 박스에 그대로 담겨 있는 그림을 알아챘을 것이다.
박스 케밥 세트는 말 그대로, 박스에 감자, 고기 등을 담아놓은 것이었다. 또띠아로 싸여져 있지 않다. 빵에 싸여 있지 않아도, 소스랑 재료만 있어도 케밥이라고 부른다니, 하나의 정보를 얻고 아쉬움이 남았다. 채소가 없는 점도 아쉬웠다. 외국에서 주문할 때 1번, 2번처럼 가장 앞에 내세운 메뉴를 고르는 것이 음식을 고를 때 실패하지 않는 나만의 팁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랬어야 했던 것.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가게에 들어왔기에 또 주문할 수는 없었다. 망설이며 포크를 드니 터키에서 온 직원들이 운영하는 만큼, 이국적인 맛 그대로였다. 그래도 과하지 않은 향과 적절한 소스, 감자튀김과의 조합이 아예 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비좁은 공간 곳곳에 오랫동안 문을 열었던 가게의 흔적이 보였다. 아쉬움이 쌓이니 원하는 케밥 메뉴를 먹기 위해 다시 발걸음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고 일어섰다. 한편 다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터키에 가서 실수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