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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낙지로 생생하게 기억하는 목포

낙지로 생생하게 기억하는 목포

by 운영자 2017.11.03

시골쥐의 목포음식
목포
위에서 탕탕 두드려 낙지를 곱게 썬 낙지탕탕이야말로 낙지를 가장 신선하게 먹는 방법인 듯하다. 누군가에는 아직 살아 움직이는 수산물을 먹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겠지만, 기자에게는 춤추는 가쓰오부시 정도로 느껴진다.
목포까지 왔으니 낙지를 맛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 낙지 전문점을 찾았다. 식사시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행하기 좋을 때라 그런지 대기시간만 2시간 가까이 될 정도로 붐볐다. 번호표를 받고 지루한 시간을 달랬다. 하지만 여행의 시간은 다른 때보다 소중한 법. 붕 뜨는 시간에 민어회를 먹었다. 낙지를 먹기 위해 기다리면서 회를 애피타이저 겸 먹는다는 것이 이상하기 그지없지만, 목포에서만 할 수 있는 호사였다.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작은 수산시장에 들러 사 온 민어회 한 접시는 예상보다 훨씬 고소했다. 낙지는 가을이 제철이라는 수산시장 상인의 소개는 가게 앞에서의 오랜 기다림을 참을 수 있게 했다.

낙지육회탕탕이와 낙지비빔밥을 주문했다. 가게는 밖에서 보는 좁은 입구와 달리 매우 넓었고 가득 메운 사람들이 낙지호롱이, 연포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낙지를 맛보고 있었다. 해초를 먹으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자니 고소한 냄새가 한가득이다. 꿈틀대는 낙지탕탕이, 육회와 함께 잘 섞어 한 입 먹어본다. 낙지의 쫄깃하고 탱글한 식감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육회랑도 잘 어우러진다. 매콤한 낙지비빔밥 역시 적당하게 간을 맞췄다. 맵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맛이 이렇게 균형을 맞추며 일정할 때, 전국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오고 간 흔적을 느낀다.
예전에는 목포에서 낙지가 흔하고, 저렴했다고 한다. 그러니 낙지를 소에게도 먹였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사람만 먹기에도 아까운 낙지이다.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즐거운 식사였다. 옆에 앉은 중년 부부가 정답게 서로를 챙기며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먹기 아까운 음식을 상대방에게 한 점 더 밀어주는 것이야말로 온화한 사랑이다. 가을의 목포는 낙지 맛으로 기억될 테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