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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한정식, 진지하게 따뜻하게 접근하다

한정식, 진지하게 따뜻하게 접근하다

by 운영자 2017.10.27

시골쥐의 남도음식
접근하다
목포에서 남도 전통음식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하는 데 앞장섰다고 해 전라남도지사가 ‘남도음식명가’로 지정한 한식레스토랑을 찾았다. 1979년 문을 연 곳이다. 기존에도 한정식을 자주 즐겼다면 이곳은 좀 더 정갈한 한정식에 대한 시도가 눈에 띌 것이고 평소 좋아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발견일 수도 있겠다. 목포를 방문한 김에 ‘간장게장’ 식당을 찾았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은 고급 음식을 한 상 거하게 먹은 기분이었다. 우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오랫동안 한정식을 다뤘다고 해서 내부까지 오랜 시간의 흐름이 담긴 물건들로 채워지는 예사로움에서 탈피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현대적인 조명과 나무 식탁의 감각이 앞으로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감이 들게 했다.

‘목포를 담은 한상차림’에서 작은 갈치찜과 간장게장이 나오는 정식을 택했다. 유자향이 나는 이곳의 막걸리도 곁들었다. 동치미와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색에 신경을 쓴 느낌이 그릇에서 전해진다. 달콤한 코다리찜, 바삭한 생선튀김, 쫄깃하고 따뜻한 잡채를 먹고 있자니 배가 빨리 불러서 메인요리를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져 온다.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 간장게장과 갈치찜은 주인공처럼 등장했다. 게장에서는 짠맛이 아닌 달콤함이 사르르 감돈다. 기름을 바르지 않은 김, 흰 쌀밥과 달콤한 게살의 3가지 조합은 ‘많지 않아도 충분함’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처음 방문을 할 때는 무한리필이 아니라서 아쉬웠는데 먹을수록 게장만 실컷 먹었다면 지금처럼 크게 즐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치찜은 매콤하면서도 목포라는 도시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칼칼한 양념과 김치, 부드러운 생선살은 한정식의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밥 두 공기를 거뜬히 비우고 나와 바닷가를 거닐었다. 바다 분수가 화려하게 밤을 수놓고 있었다. 누군가는 분수를 통해 고백을 하고, 어느 가족은 풍등을 날리며 저마다의 추억을 알차게 채우고 있었다. 밥상 위에서 우리네 바다를 만났던 한 끼의 시간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