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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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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떡갈비 밥상

내가 그린 떡갈비 밥상

by 운영자 2017.10.20

일상 속에서 매일 즐거움을 주는 웹툰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역사 상식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도깨비가 나오는 판타지까지 하나하나 손에 꼽기 힘들 정도이다. 잘 나가는 웹툰은 드라마화, 영화화로 이어지면서 큰 규모의 문화 콘텐츠가 됐다.
음식을 만화로 그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기자가 즐겨보는 음식 웹툰은 2010년부터 시작해 현재 연재 중이다. 특이하게도 모든 그림을 종이에 그리고 스캔해서 컴퓨터로 작업해 다소 아날로그 감성을 품었다. 매끼 먹는 이야기가 사연이 되려면 매우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가족의 이야기 안에서 잔잔하게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음식 그림을 보고 배고픔을 느끼게 되거나, 꼭 한 번 그 가게를 찾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업로드된 떡갈비 편에 나왔던 광주의 한 음식점을 꼬박 한 해가 지나 찾았다. 굳이 웹툰으로 접하지 않아도 워낙 유명 맛집으로 소문나 많은 이들이 발걸음 하지만,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고 실물로 접하는 경험이 즐거웠다. 정말 똑같이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떡갈비와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바로 살이 먹음직스럽게 붙은 뼈다귀 국이 맑게 해 나온다. 리필도 됐으니 엄청난 인심이다. 넙데데하고 촉촉한 떡갈비가 보기만 해도 푸짐하게 올라온다. 떡갈비라고 해서 떡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떡의 모양을 할 뿐. 쌈채소 위에 올려 한 입, 무절임과 한 입 먹어본다. 마늘을 올려 먹어도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양념장이 이미 비벼져서 나오는 육회비빔밥도 떡갈비랑 먹기 좋다. 옆 테이블의 손님은 이곳에 있는 떡갈비를 다 먹어보려는 듯, 한우떡갈비, 유황오리떡갈비, 일반 떡갈비까지 하나씩 주문해 감상하듯 맛보고 있었다. 여행객의 훌륭한 자세였다.
음식 웹툰을 읽다 보면 음식 이야기는 오로지 ‘음식’ 말고도 주변의 어우러진 이야기가 더 재밌을 때가 있다. 음식점에 가는 과정부터 재밌었으니 그 날의 식사가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으로 먹으며 내 앞의 떡갈비는 어떻게 그려야할까 고민도 됐다. 글로 음식을 묘사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