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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모란시장에 가면, 먹고 먹고 또먹고

모란시장에 가면, 먹고 먹고 또먹고

by 운영자 2017.08.25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민속장, 모란시장에 갔다. 4, 9일마다 열리는 장날에 온갖 것들이 모인다. 사람부터 물건, 동물, 먹을거리가 한 곳에 자리한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 사람들이 붐비며 떠들썩하다. 인파에 밀려 걷다 보면 곧 시장이 보인다. 딱히 살거리가 없어도 시장에 가면 기분이 들뜨기 마련이다.
시장에서는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시장 중심에 길게 사람들이 늘어섰다. ‘핫도그 줄’이다. 빨리 가서 서본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틀림없는 맛을 내는 핫도그와 찹쌀도너츠, 꽈배기가 보였다. 설탕 밭에 데구르르 구르고 케찹을 두른 핫도그. 금방 만들어 튀겼기에 바삭바삭했다.

단어만 들어도 기억에 남는 맛은 오랜 시간 반복하며 차곡차곡 쌓여야 비로소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핫도그하면 생각나는 맛, 설탕을 두른 꽈배기하면 예상하는 맛을 그대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조리한 음식을 먹으며 돌아다녀도 괜찮은 공간이 시장이다. 진정한 길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식’ 길거리 음식을 마치고, ‘고정식’ 길거리 음식을 시작해본다. 금세 사라진 핫도그 다음으로 먹을거리는 부추전이다. 시장 구경을 하며 깊숙이 들어간 위치에서 기름 냄새가 코를 당긴다. 노릇노릇 구워지는 전은 어느 시장에도 많지만, 여기선 좀 더 특별하게 구수하게 만날 수 있다. 철판 옆에 서서 칡막걸리 한 그릇을 주문하면 전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물론 안에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을 넓게 뒀지만, 서서 먹는 맛이 참 색다르다. 부침개의 가장자리를 좋아한다면 특히나 그렇다.
인상 좋은 직원은 분주하게 테이블 주문의 파전을 만드는 한편, 전을 부쳐 잘 자른 뒤 서 있는 손님 앞으로 적당히 나눠 계속 놓아준다. 부추와 약간의 당근, 고추가 들어간 전이 뜨거운 철판 위에서 계속 지글거리며 익기 때문에 바삭함을 즐기다보면 얼큰한 술 한 사발에 한없이 먹게 된다. 이런 형태의 집이 두세 군데 있어 다른 곳은 술을 마시면 돼지부속구이를 팔기도 했다. 푸짐하고 저렴하게 즐기는 시장 인심은 뱃속을 채우고 기억에 남는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