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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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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은 거들뿐, 모여서 주인공 ‘즉석떡볶이’

떡은 거들뿐, 모여서 주인공 ‘즉석떡볶이’

by 운영자 2017.08.11

‘즉석떡볶이’
드라마에서 최민수 씨가 즉석떡볶이 단골집을 찾는 장면이 나왔다. 오랜 외국 생활을 했다는 설정이니, 얼마나 떡볶이가 간절했을까. 기자 역시 한동안 느끼한 음식 릴레이를 펼쳤기에 매콤한 한입이 간절했다. 즉석떡볶이는 떡을 좋아하지 않아도 좋다. 떡 말고도 쫄면, 라면, 어묵 그리고 마지막 볶음밥까지 먹음직스러운 재료가 한가득이다.

서울에서 즉석떡볶이는 일종의 ‘관광상품’이 된 지 오래다. 특히 관광객이 많이 오는 명동에서는 외국인을 상대로 즉석떡볶이를 팔기 때문에 친절한 다국어 메뉴판이 보인다. 이번에 간 곳은 즉석떡볶이를 판매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카페의 느낌이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소품을 놓아 꾸몄다.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고 온갖 종류의 떡볶이가 있다. 콩나물, 순대볶음, 짜장, 통오징어, 순두부 떡볶이도 있다. 맛이 예상되지 않는 샤브샤브떡볶이도 있다. 외국인들이 이러한 퓨전 메뉴를 시키며 한국적인 음식이라고 여기게 될 것을 상상해보면 재미있다. 가게 안은 식사 때가 아님에도 한국인과 외국인이 섞여 앉아 있었다.
가장 기본인 양배추떡볶이는 먹고 난 뒤 볶음밥 혹은 아이스크림도 선택할 수 있도록 포함됐다. 쫄면, 라면사리가 바닥에 들러붙지 않도록 신경 쓰다 어느새 국물이 배여 있는 야끼만두, 김말이를 허겁지겁 꺼낸다. 뭉근하게 끓이는 떡볶이는 처음에 밍밍했던 재료를 감칠맛나게 바꾼다. 중간맛을 시켰어도 매콤함은 남아있다. 가볍게 간식처럼 즐기는 분식과 다르게 즉석떡볶이는 자리를 펴고 든든하게 식사하는 기분이다. 배가 불러도 볶음밥을 포기할 수 없다. 짭짤하게 김을 넣어 넓게 편 볶음밥이 ‘밥먹었다’는 도장을 찍어준다. 깨끗하게 냄비를 비운다.

계산하면서 입구에 놓여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추가로 주문한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남아있던 매운맛을 사르르 녹여준다.
다양한 재료가 한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내는 맛, 즉석떡볶이에는 주연과 조연이 따로 없다. 함께 있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됐다. 그 자리에서 뜨겁게 어울리며 후루룩 먹는 맛, 외국인에게 즉석떡볶이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한 조각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사람에게도 ‘웰컴투 한국’이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