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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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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의 바다에서 매콤달콤하게 김치볶음밥

치즈의 바다에서 매콤달콤하게 김치볶음밥

by 운영자 2017.07.07

김치볶음밥에 한때 꽂힌 적이 있었다. 최대한 맛있게 김치볶음밥을 하고 싶어서 시도할 수 있는 레시피를 만나면 꼭 만들어 봤다. 오랫동안 김치볶음밥 삼매경에 빠지고 난 뒤 우선 김치볶음밥은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김치만 있다면 크게 실패하지 않고 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기자에게는 음식점에서 잘 시켜먹지 않는 메뉴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에서 김치볶음밥의 순위를 매겨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중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술집에서 팔고 있던 김치볶음밥이 순위에 올라가있다는 것. 얼마나 맛있게 요리하기에 술집에서 인기 메뉴가 됐는지 궁금했다. 특히 이곳은 메뉴가 다양하기로도 유명한데, 들어서면 우선 튀김, 횟집, 분식 등 음식의 분류에 따라 주문하고자 하는 구역이 따로 있다. 일본 신문으로 바른 벽, 인테리어 등으로 일본식선술집같은 느낌을 내었지만, 공간이 넓고 이곳만의 특성이 뚜렷하다. 지하철 간판으로 오는 이들을 반기는 곳.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부 젊은이들은 아니더라도, 대체적으로 시끌벅적하고 활발한 분위기로 젊은 느낌의 공간이다.
치즈김치볶음밥은 철판위에 치즈를 깔고, 그 위에 동그랗게 쌓은 볶음밥, 써니사이드업 된 계란후라이가 올라간다. 한쪽만 익힌 계란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뜨거운 불판위에 볶음밥과 치즈를 섞어 비벼 먹으면 잘 어울린다. 한 입 먹자마자 간이 센 것이 이곳의 특징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김치볶음밥은 김치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밥과 함께 볶은 소스가 맛을 이끈다. 볶음밥에서 중요한 화력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쉽게 따라 할 수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시킨 메뉴는 나가사키짬뽕이다. 하얀 국물이 김치볶음밥과 짝을 이룬다. 옆에 비치되어 있는 작은 초에 불을 붙여 뜨끈하게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작은 배려라도 먹는 내내 기분이 좋다. 술잔을 기울이기보다는 치즈김치볶음밥, 나가사키짬뽕의 맛에 집중했던 시간. 지나다니며 보는 다른 테이블에도 ‘김치볶음밥’만큼은 거의 빠지지 않고 자리했다. 이렇게 이국적으로 꾸며놓아도 잘나가는 베스트메뉴가 김치볶음밥이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밌다. 친숙한 메뉴면서도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고, 맛있게 만들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메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든든하면서도 매콤달콤한 맛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