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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하늘에서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내려와! 빵빵하게 한입, 빵공장

하늘에서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내려와! 빵빵하게 한입, 빵공장

by 운영자 2017.06.23

빵빵하게 한입, 빵공장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를 만나 빵을 먹었다. 춘천에서 빵공장으로 유명한 그곳이었다. 지금은 춘천에 살지 않는 친구는 처음 방문한 이곳의 빵을 먹으면서 “춘천이 참 살기 좋다”는 얘길 했다.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다. 편하게 갈 수 있는 음식점, 카페도 많기 때문이라고. ‘먹는 것’이 주는 즐거움은 너무나 크다.
온라인에서 빵공장을 검색하면 춘천과 서울 두 곳의 빵공장의 방문기가 주로 나온다. 서울에 있는 ‘성북동빵공장’은 이름 그대로 성북동의 국수집 옆에 위치해있다. 언덕길은 좁고 차는 붐벼 발렛파킹을 하는 비용이 따로 든다. 입구는 좁지만, 계단을 내려가면 넓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외 좌석을 포함해 1~2층에 앉을 수 있는 곳이 넓게 분산되어 있다. 많은 인원이 몰려도 느긋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1층은 층고가 높고, 계단형으로 만들어 둔 자리 덕분에 답답하지 않다. 잘 팔리는 빵의 색은 대조적이다. 춘천에서 유명한 메뉴가 새까만 색이 인상적인 까망베르크림치즈먹물빵이었다면, 이곳은 새하얀 슈가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생크림팡도르가 유명하다. 매일 200개만 한정 판매하기에 방문객들은 이것부터 집고 시작한다. 빵의 종류는 엄청나지만 먹고 싶다고 모두 집을 수 없는 노릇. 생크림팡도르와 크림치즈브리오슈를 골랐다. 아메리카노는 두 종류의 원두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팡도르는 팔각모양의 이탈리아 빵으로 자르면 황금색 속살을 드러내 생긴 것부터 ‘금으로 만든 빵’이라는 뜻을 잘 살리고 있다.
생크림팡도르는 그 안에 생크림을 부분부분 머금고 있다. 케이크나 슈를 생각해 생크림이 잔뜩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빵이 촉촉하게 채워져 있어 한사람이 다 먹기엔 양이 많다. 포크와 칼을 이용해 잘라서 먹으면 슈가파우더의 시원하고도 달달함이 함께 찾아온다. 그렇지만 생긴 것과 달리 매우 달지 않아 입안에서 오랫동안 빵의 부드러움을 즐길 수 있다. 크림치즈를 넣은 빵 역시 고소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5일간 숙성한 천연발효종을 이용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로 인해 특별하게 다른 맛은 느끼기 어렵다.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방문객을 보며 잠시 친구와 함께 먹었던 빵을 다시 생각했고, 역시 맛있는 음식이 옆에 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함께 먹는 사람’이라고 떠올려 본다. 고등학생일 때 점심과 저녁을 항상 같이 고르며 무얼 먹어도 맛있었던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곳의 빵도 함께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참 좋겠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