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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팔팔 끓는 육수 안에서 이 맛 저 맛 건대입구 훠궈

팔팔 끓는 육수 안에서 이 맛 저 맛 건대입구 훠궈

by 운영자 2017.06.16

훠궈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이름도 생소했던 음식을 사준다는 약속에 열심히 검색을 했다. 샤브샤브의 중국식 버전 정도로 알고 갔던 내 앞에 보이는 빨갛고 하얀 국물. 안에 들어가는 채소와 두부, 양고기 등은 낯설지만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그때 내가 만난 것은 생소한 음식, 사람 둘 다였기에 조심스러웠던 그 날의 식사는 잊을 수 없는 한 끼가 됐다.
이후 자주 먹지 않더라도 훠궈는 선호하는 메뉴가 됐다. 따끈따끈한 국물이 두 종류인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어디서도 쉽게 먹을 수 없는 식재료가 ‘외식’하는 기분을 한껏 내게 해줬다.

얼마 전 건대입구역에서 유명한 훠궈 무한리필 집을 다녀왔다. 이곳은 중국음식거리가 있어서 골목에 들어서면 양꼬치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음식을 파는 가게가 밀집되어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몰렸다.
직원을 따라간 곳은 2층이었다. 식당은 가득 찬 사람들로 혼잡했다. 젊은 고객이 주로 많았고 자리가 없으니 둥근 테이블 하나에 세 팀이 합석을 하게 됐다. 한 팀은 흥겨운 사투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친구들 모임이었고, 다른 팀은 조용한 커플이었다. 세 팀 모두 테이블에 앉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나더니 열심히 그릇을 채워 오며 한 상을 이뤘다.

그릇마다 수북히 산을 쌓은 양고기와 채소, 얼린 두부, 건두부, 단호박, 당면. 함께 앉은 세 팀 모두 별 말없이 바쁘게 바로 앞에 놓인 홍탕, 백탕을 바라보고 재료들을 넣는 일에만 매진했다. 워낙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보니 어서 모두 먹어버리겠다는 집념이 손놀림에서 느껴졌다. 팔팔 끓는 육수는 고기를 야들야들하게 익히면서도 그 안에 들어있는 각 재료의을 짧은 시간 만에 얹어냈다. 우삼겹, 삼겹살, 소고기도 있었지만 제일 부드러운 양고기만을 고르게 된다. 매콤한 향신료 산초가 들어간 홍탕으로 입 안부터 얼굴까지 서서히 얼얼해졌다. 얼마나 잘 먹었는지 보여주듯 육수는 진한 고깃국이 되어있었다. 반으로 나뉜 모양의 냄비 하나에서 요술처럼 내놓는 이국적인. 마녀의 항아리에서 나오는 중국식 스튜는 매력적이다.
무한리필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지만 1시간도 넘지 않았을 즈음, 테이블에 함께 앉은 사람들은 하나 둘 자리를 비웠다. 다른 데서 왔지만, 함께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던 우리의 모습이 마치 훠궈와 같았다. 짧은 순간 한 자리에서 뜨겁게 만나고 헤어지는 재료들, 사람들 역시 동그란 식탁 하나에서 잠시 만나 열정적으로 식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으니 말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