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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둥근 회가 떴습니다~ 맛이 깃든 자리, 광장시장

둥근 회가 떴습니다~ 맛이 깃든 자리, 광장시장

by 운영자 2017.04.28

시장 음식은 투박하면서도 재료의 참맛이 무엇인지 알차게 보여주는 느낌을 받는다. 바로 재료의 신선도가 살아있기 때문인 듯하다. 음식들은 저렴하고, 푸짐하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일수록, 시끄럽고 복잡할수록 시장은 시장다워진다. 활기가 넘치는 장소는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주말에 찾은 광장시장은 물밀듯한 인파로 걷기 힘들 정도였다. 순대를 써는 아주머니를 둘러싸 앉아 옹기종기 모여 먹는 모습은 정겨웠다. 탑을 쌓은 해물탕 냄비가 가게 입구를 메꾸고 있는 현장은 광장시장을 찾는 사람이 평소에도 얼마나 많은지 짐작케 했다.
길 한가운데에서 여러 가게가 모여 전을 부치는 냄새는 식욕을 일으킨다.

빈대떡의 고소한 냄새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잡는다. 맷돌은 쉴 새 없이 녹두를 갈며 자동으로 돌아가고, 엄청난 양의 반죽은 기름 위에서 노릇하게 모양을 갖춘다. 포장하고자 긴 줄을 늘어선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도 많았다. 일렬로 앉아 한잔 막걸리를 기울이며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났다. 빈대떡과 양파절임, 막걸리를 곁들이면 이보다 좋은 조합이 없다. 숙주가 듬뿍 들어간 빈대떡은 두툼한 만큼 바삭해, 아삭한 양파와 맛깔나게 어우러진다.
이곳은 육회의 거리도 있다. 다양한 먹거리가 몰려있지만 육회를 먹고자 대기하는 줄이 가게 앞마다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한 곳은 3만5,000원 이하의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집계하는 ‘2017미쉐린 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에 선정돼 더욱 붐빈다. 많은 육회집 중 어느 한 곳을 들어가 육회 한 접시를 시켜본다. 함께 나오는 소고기 무국은 이것만 단일메뉴로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맛을 낸다. 따뜻한 국물로 속을 덥히고, 고소한 참기름과 배를 섞은 육회 한 점. 부드러운 고기의 질감이 입 안의 행복을 끌어낸다. 1만2,000원으로 누리는 즐거움은 값을 따지기 어렵다.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들 사이로 앉은 빼곡한 사람들이 저마다 사는 이야기를 소주 한 잔, 육회 한 점에 쏟아낸다. 먹음직한 음식 사이로 기울이는 술잔에 육회보다 불긋한 얼굴이 되어간다.
음식의 맛에는 장소 역시 한몫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두가 즐겁게 먹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맛이 된다. 젓가락으로 집는 것은 나의 소소한 이야기, 숟가락으로 뜨는 것은 동석한 사람의 속내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