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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자판기로 취향 따라 주문, 라면과 카레가 낯설다

자판기로 취향 따라 주문, 라면과 카레가 낯설다

by 운영자 2017.04.07

시골쥐의 도쿄음식

자판기로 취향 따라 주문
라면과 카레가 낯설다
국내에서 외국 음식 중 가장 쉽게, 자주 접하는 음식은 일식이 아닐까 싶다. 일본 스타일을 그대로 옮겨온 돈가스나 길거리 음식 타코야끼 등 많은 메뉴와 인테리어가 스며들 듯 들어와 있다.

직접 일본에서 먹으면 분명히 맛이 다르다는 말에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짧은 여행을 마치며 든 생각은 일본 음식들은 메뉴는 같지만 맛과 조리 방식이 다른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섬세하게 신경 쓴 부분이 돋보였다.
첫 끼니는 신주쿠에서 만난 일본식 라면이었다. 맛집으로 온라인상에서 소문난 곳이었기에 점심때를 지났어도 기다리는 줄이 있었다. 자판기에서 라면과 반숙 달걀, 차슈 추가를 결제해 표를 뽑았다. 좁다란 계단을 내려가 기다리는 동안 받은 것은 어떻게 먹을지 취향을 설문조사 하듯이 체크하는 주문용지였다. 한국어판이 있었는데 기름진 정도, 마늘의 양, 차슈와 비밀소스, 면의 익힘 정도를 꼼꼼하게 물었다. 평소 이런 질문을 식당에서 받아본 적이 없어 실파와 대파를 고를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라 자주 접했던 일본식 라면은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곰탕처럼 진하게 내어 기름진 국물이 든든하게 속을 덥힌다. 예상 밖으로 짜긴 했지만,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달걀 까는 법이 적힌 설명서가 놀라웠다. 좁다랗게 앉아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음식과 대면하는 시간은 생소했다. 디저트로 홍보하던 ‘말차 안닌도후’는 처음 접해본 음식이었는데 녹차맛 두부라는 소개에 상상을 하기 힘들었지만, 쌉사름하고 달달한 푸딩의 식감이었다.
다음으로 자판기를 이용했던 음식은 카레였다. ‘왜 일본에서 카레를 먹어야 하지?’라는 의아함은 있었지만, 한번은 경험해보라는 추천이었다. 역 내에서 일본인들이 자주 들어가는 식당이라 음식 모형을 보며 한참을 연구하고, 자판기로 결제한 뒤 들어갔다. 이곳의 카레는 인도식 ‘커리’도 아니고, 역시 한국의 맛도 아니었다. 채소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진하게 낸 소스만 한가득 있었는데, 돈가스와 밥을 곁들어 먹으니 든든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허기를 채우고 후다닥 일어나는 직장인들을 보니 대도시의 단면이 보였다. 카레를 패스트푸드처럼 먹고 있었다. 자판기로 결제하고 벽을 보며 식사를 하는 일은 낯설기도 하지만 음식 맛에 집중할 수 있어 편하게 느껴졌다. ‘혼밥’을 말하기 시작한 우리에게는 친숙해질 내일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