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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부드러움의 끝판왕 양고기

부드러움의 끝판왕 양고기

by 운영자 2017.03.13

부드러움의 끝판왕,
양고기를 접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이후의 일이다. 친척이 사준 양꼬치였다. 말로만 듣던 노린내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양꼬치를 먹게 됐는데, 그동안 자주 먹었던 소·돼지·닭과는 아예 다른 고기의 맛이었다. 향신료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첫인상을 받고는 먹을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게 됐다.

이번에도 소개를 받아 처음으로 양고기를 꼬치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접하게 됐다. 둥그렇게 올라온 모양의 불판위에 신선함이 눈에 띄는 고기를 구워 잘라먹는 식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식당을 찾았다.
검은색으로 통일한 식기가 정갈하다. ‘북해도식 양고기 숯불구이’라니 이번엔 중국이 아니라 일본식인가보다 짐작만 하고 기다리는데, 호주산 냉장 양고기가 맛깔나게 올라왔다. 입담 좋은 사장이 유쾌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줬다. 늘 처음은 두근거리기 마련. 아삭함이 살아있는 숙주를 곁들어, 소금에 찍어 한 점씩 먹어본다.

‘부드럽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기름진 고기는 부드러운 식감을 한껏 끌어낸다. 입 안에서 녹는다는 상투적 표현을 지금은 써도 될 만큼 연한 육질이었다. 잡냄새도 없었다.

어깨살, 등심을 시켜 차례로 먹을 수 있었는데 양등심은 주변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맛있는 것을 혼자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나중에 양고기하면 같은 기억을 할 수 있도록, 경험했던 좋은 부분을 아끼는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양고기에 중국 맥주만을 곁들여봤지만 이번에는 레드와인을 함께 마셔볼 수 있었다. 와인의 산미가 기름진 맛을 거둬들인다. 맥주랑은 다른 방식의 어울림이다. 소고기나 양고기랑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콜키지 프리’로 고객이 원하는 와인을 갖고 올 수 있기도 했다.

구운 채소도 인상 깊었다. 고기뿐 아니라 채소도 계속 손이 갔다. 특히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구운 가지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데리야끼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도 어색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한 끼. 부드러운 고기만큼이나 기분도 느슨해진다. 양고기의 효능인 고칼슘, 고단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맛있는 추억은 일상을 견디는 자양분이 된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