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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이기자의 냠냠

흐물흐물 무장해제~몸도 마음도 흐물해지는 ‘곰치’

흐물흐물 무장해제~몸도 마음도 흐물해지는 ‘곰치’

by 운영자 2017.03.06

‘힘이 들어갔다’는 말은 좋을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고 힘을 빼라고 말하곤 한다. 운동을 할 때도, 다른 이에게 말을 걸 때도 ‘힘이 들어간’ 행동은 상대나 본인을 피곤하게 한다. 그렇지만 직장인의 하루는 원치 않아도 긴장의 연속이다.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곰치를 먹으러 왔다. 곰치는 탱탱하다, 쫄깃하다보다도 ‘흐물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생선이다. 어느 생선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살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식감이 싫지 않은 것은 왜일까. 이제는 먹기 귀한 음식이 되기까지 곰치는 수많은 사람에게 외면당했다. 잔가시가 많아서 먹기 번거롭고 흐물거리는 식감은 예사롭지 않다.

생긴 것도 평범치 않아 손대기조차 두려운 생선이지만, 먼 옛날 용기를 낸 누군가는 그런 곰치가 맛있다는 점을 알아챘다. 시원한 국물을 내는 생선. 곰치탕을 지리와 김치 중에 고를 수 있었는데 매콤한 것이 당겨 ‘김치’로 선택했다.
고소한 알과 함께 밥 한술, 김치를 올려 또 한술, 정갈한 반찬과 먹다보니 든든하게 속이 찼다. 미끌거리는 것은 곰치인데 다 먹고나니 마음도 몸도 흐물해진다. 노곤함이 몰려오는 저녁 메뉴로 이보다 적합한 것이 없을 듯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직장인들이 술 한잔 기울이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데 열중했다.
스르륵 힘이 빠지는 저녁 시간, 얼마 전 읽었던 게으른 개미도 존재한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게으른 개미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은 열심히 일한 개미들이 탈진했을 때라고. 지금은 거실에 누워 부른 배를 통통거리며 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잠시 게으른 개미가 되어보기로 한다. 내일은 다시 힘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개미가 되기 위해서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