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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이국적 음식 앞두고 수다 한 판 멕시코 요리 ‘파히타’를 먹다

이국적 음식 앞두고 수다 한 판 멕시코 요리 ‘파히타’를 먹다

by 운영자 2017.02.24

‘파히타’를 먹다
이국적인 음식은 코부터 반응한다. 흔히 맡는 냄새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입구부터 망설이게 되고, 문을 열고 들어가 주문을 하기까지 꽤 많은 용기도 필요하다. 기자에게는 집이나 학교에서 먹던 카레가 아니라 탄두리 치킨, 난이 나오는 인도식 ‘커리’가 특히 그랬다. 그에 비해 ‘멕시코에서 왔어요’ 타코는 우리에게 제법 익숙한 길거리 음식이다. 커다란 고기가 꼬챙이에 꽂혀 잘게 썰리고, 맛깔나는 재료 위 소스를 뿌린 타코가 손 위에 올라오면 어디서든 축제를 찾은 듯 흥겨워졌다.

그런데 멕시코 요리를 파는 음식점을 찾았을 때 그동안 익숙하게 봤던 타코, 브리또가 아니라 처음 보는 메뉴를 보았다. ‘파히타’였다.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라고 하니 성큼 주문해봤다.
등심스테이크, 칠리새우, 저크포크, 까르니타스 등의 재료가 적힌 메뉴를 봐서는 뭐가 나오는지 감잡기 힘들었지만, 보자마자 ‘소, 돼지, 닭이 한 그릇에 모였구나’하고 알아챘다. 여기에 밀전병 또르띠아와 4가지 소스를 적당히 넣고 둘둘 말아 먹으면 된다. 푸짐한 이국식 한 상이다.

음료는 상큼한 청포도에이드와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고기와 밀가루, 기름진 음식이기 때문에 탄산음료, 맥주와 궁합이 좋았다.
맛은 익숙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타코, 브리또 등과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닐까 싶은 멕시코 요리였다. 신메뉴를 만난 긴장을 풀고 수다가 펼쳐졌다. 밀전병 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재료처럼 나도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듣는 근황으로 다른 이의 삶을 하루에 곁들어 본다. 어떤 경험을 식탁의 화제에 올리느냐에 따라 ‘할라피뇨’처럼 맵기도 하고, 양배추 피클 ‘코우슬로’처럼 상큼하기도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마냥 들어주는 시간만큼 좋은 휴식이 있을까 싶다. 비록 그 이야기가 내가 잘 아는 배경의 것이 아니라 이국 음식처럼 낯설게 들리지만.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