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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시골쥐의 서울음식

과거에 앉아 즐기는 차 한 잔, 풍경에 기대 한과 한 입

과거에 앉아 즐기는 차 한 잔, 풍경에 기대 한과 한 입

by 운영자 2017.02.10

풍경에 기대
한과 한 입
성북동에 있는 이름난 찻집, 수연산방을 찾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산속의 집에서 책 읽고 공부한다’는 의미를 지닌 수연산방. 이태준 소설가가 직접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정성드려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를 나누는 모습을 표현했다는 이름의 모습도 장소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이곳은 문화재이기도 하다. 1977년 3월 17일에 서울시 시도 민속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됐다.

시간이 멈춘 듯, 고택이 지닌 숨결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도닥거리며 하루의 노곤함을 잠재운다.

이태준 소설가의 흔적이 담겨 있는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빼곡하게 앉을 자리를 채웠다. 차 한 잔을 즐기며 시대의 흐름을 짚는다. 그렇게 바쁘고 복잡했던 서울에도 이런 곳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구나. 놀랍기만 하다. 아름답게 꾸며진 마당, 환하게 불을 켜고 있는 집 앞에서 찬바람을 친구삼아 따뜻한 대추차를 마주했다.

메뉴판 하나에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맺혀있었다. 낡은 종이 조심스럽게 넘기며 고른 대추차는 진하다. ph8-8.5의 알칼리수만 사용하며 차 맛을 높이는 데 힘썼다는 설명이 보였다. 넓은 대추차를 두 손에 가득 담고 홀짝이다 보니 몸 안까지 따스해진다.

좀처럼 먹지 않았던 한과도 이곳에서는 먹어야겠다. 기와의 유려한 선을 눈에 담으며, 다른 손님의 모습을 풍경 삼아, 한 입 한 모금이 향기롭다.
상허 이태준은 강원도 철원 출신이다. 친척집살이를 하고, 소용돌이치는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집필활동을 했다. 1933년부터 1946년까지 지냈던 수연산방에서는 ‘달밤’, ‘돌다리’, ‘코스모스 피는 정원’, ‘황진이’ 등의 작품이 태어났다.

이렇게 세심하게 꾸며진 ‘집’이라는 공간에서 시간도 멈춘듯한 휴식을 고즈넉하게 취해본다. 바쁜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어느 주말 저녁 몸을 웅크려 기운을 채워본다.

이계림 기자 cckc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