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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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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디저트의 종결자, 오색 유과

코리안 디저트의 종결자, 오색 유과

by 운영자 2016.07.29

설날이나 추석, 제사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과. 요즘은 간식으로 자주 접하지는 않지만 10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였다. 찹쌀가루를 기름에 튀겨 바삭하고, 조청·꿀을 입혀 달콤한 유과의 매력에 빠져보자.

임수희 기자 leemsuhee@gmail.com

오랜 시간 그 모습 그대로

남북국시대, 국교가 불교였던 당시 육식을 절제하고 차를 마시는 식습관이 유행했다. 육류를 먹지 않아 발생하는 영양 부족을 곡류로 대체하며, 차와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게 된 것. 고려 때가 되면서 잔치 혹은 제사상에 올라가게 됐다고 한다. 조선 시대 편찬됐던 동국세시기의 기록에서는 ‘오색 강정이 있는데 설날과 봄철에 인가(人家)의 제물로, 손님을 대접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라고 했다.

혼인 잔치를 할 때는 신부집에서 신랑에 큰 상을 차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 이바지를 해서 보내는데, 이후 신랑집에서도 신부에게 음식을 보낸다. 이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유과.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유과는 상대방에 대한 예와 존중의 의미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유밀과와 유과

유과와 유밀과는 모두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기름 ‘유(油)’자가 붙으며 유과는 쌀가루를, 유밀과는 밀가루를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여름철만 되면 덥고 습하므로 기름에 튀겼던 유과가 쉽게 눅고 엿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겨울철, 특히 설 때 자주 먹었다고 한다.

유과를 부르는 방식도 흥미롭다. 둥글넓적한 떡 반대기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이름을 붙여준다. 사각형 모양으로 넓적하고 큼직하게 썰어내면 흔히 제사상에서 볼 수 있는 ‘산자’가 된다. 또 손가락 굵기로 썰면 ‘강정’, 콩알만하게 썰어내 엿으로 뭉치면 얼음조각 같은 ‘빙사과’라 부른다.

가장 맛있는 유과 만들기

유과는 단시간에 만들기 쉽지 않다. 찹쌀을 15일 정도 삭힌 후 가루로 만들어, 절구에 오래 쳐 반죽을 얇게 편 다음 용도에 따라 자른다. 이후 건조했다가 튀기고 겉에 엿을 바른 뒤 고물을 정갈하게 묻힌다.

이때 반죽에 콩물과 술이 들어가면 더 바삭거린다. 떡을 준비할 때와 다르게 유과에 사용하는 찹쌀은 씻지 않은 채로 물에 담가 삭게 놔둔다. 찹쌀 반죽을 칠 때도 센 힘으로 오래 쳐야 결이 고와진다.
튀길 때는 110~120℃의 낮은 온도에 넣어 부풀 때까지 뒤적인 후 150℃ 정도의 기름에 넣어 한 번 더 튀기면 겉이 단단해진다.

묽은 엿물에 넣었다가 건져 갖가지 고물을 묻히는데, 이 고물로는 하얀 밥풀 이외에 들깨, 참깨, 검은깨, 계핏가루, 잣가루 등을 바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