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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달콤한 디저트 여행

풍성한 토핑을 넣고 돌돌 감싸 먹는 재미 크레페

풍성한 토핑을 넣고 돌돌 감싸 먹는 재미 크레페

by 운영자 2016.06.27

우리나라에는 호떡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크레페(Crepe)가 있다. 크레페는 바닥이 비칠 정도로 얇은 밀가루 반죽을 구운 후 초콜릿, 과일 등 토핑을 올려 돌돌 말아 먹는 디저트다. 만들 때마다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를 선택해 다양한 크레페를 맛본다는 장점이 있다.

임수희 기자 leemsuhee@gmail.com

실수로 엎은 돌판 위의 얇은 반죽

둥그런 모양의 크레페는 우연히 벌어진 실수에서 만들어졌다. 프랑스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주부가 평평한 돌판 위에 밀가루 반죽을 쏟았는데, 납작하게 눌어붙어 익은 반죽이 크레페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당시 밀가루가 흔하지 않아 메밀가루를 대신 넣어 우유와 버터, 설탕 등을 섞은 반죽을 얇게 구워 그 속에 채소 등의 다양한 토핑을 넣어 먹었다. 프랑스에서는 크레페로 운세를 보기도 하고, 각종 축제 때 만찬 메뉴의 단골손님이 되기도 했다고. 17세기가 지나면서 일반 가정집에서도 레시피가 전해져 자주 먹는 음식이 됐다.

채소 넣으면 식사, 과일 넣으면 디저트

프랑스식 크레페가 햄과 채소를 넣어 먹던 요리 종류였다면, 과일과 초콜릿 등을 넣은 현대식 크레페는 일본에서 진화됐다. 1970년대 일본 하라주쿠에서는 얇은 팬케이크가 유행했는데, 이것이 ‘크레페’라고 알려지면서 크림과 시럽 등 디저트에 사용하는 소스가 첨가되기 시작했다. 이 일본식 크레페가 우리나라로 전파돼 현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에도 디저트용 크레페가 존재했다. ‘크레페 수제트(Crepes Suzette)’라고 불리는 디저트는 얇게 부친 크레페를 오렌지 시럽과 함께 팬에 넣고 졸여서 촉촉하게 먹는다. 한 입만 먹어도 오렌지 향이 가득해 화려한 맛이 전해진다.

이 크레페 수제트도 실수가 빚어냈다. 프랑스 왕정 내 만찬을 준비하던 중 요리장이 실수로 크레페를 굽던 팬에 과실주를 쏟았고, 불길이 솟아올라 크레페가 망가지게 됐다. 이 요리장은 다시 만들 시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과실주가 섞인 크레페를 내놨는데, 반응이 매우 좋아 그날 파티에 참석한 ‘수제트’라는 부인의 이름을 빌려 ‘크레이프 수제트’라고 불렸다.

노릇노릇하고 쫄깃쫄깃한 크레페

크레페는 최대한 얇게, 그러나 찢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밀가루, 우유, 물, 달걀, 소금을 모두 넣고 잘 섞이도록 젓는다. 약한 불에 팬을 올리고 팬에 버터를 바른 후 적당량의 반죽을 팬 위에 원을 그리듯이 돌려가며 펴준다. 반죽의 양면을 노릇노릇 구우면 완성. 크레페는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고 부드럽게 씹힐수록 맛있으나 신선한 과일과 달콤한 초콜릿을 함께 먹으면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조합은 없다.

연인에게 조금 더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면, 방법이 어렵지 않은 크레페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