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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음식나무 : 달콤한 디저트 여행

보슬보슬한 식감에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카스텔라

보슬보슬한 식감에 부드러운 속살을 가진 카스텔라

by 임수희 기자 leemsuhee@gmail.com 2016.06.10

어렸을 적 옛 제과점에서나 팔았던 카스텔라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새로운 디저트들로 인해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유와 함께 입안에 넣었을 때 그 촉촉함과 달콤함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임수희 기자 leemsuhee@gmail.com
포르투갈에서 온 스펀지케이크

카스텔라는 일본어 ‘カステラ(카스테라)’에서 비롯된 말로, 우리나라에 처음 유입됐을 때 일본에서부터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카스텔라’보다는 ‘카스테라’로 부르게 됐다고. 그래서인지 카스텔라는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Castella(카스텔라)’는 스페인 디저트다.

15세기 당시 유럽에서는 신항로 개척에 대한 관심이 컸다. 다른 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육로 아니면 바닷길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 만드는 향신료와 차, 비단 등은 유럽에서 희귀했으므로, 다수의 왕정 국가에서는 서로의 특산품을 교류하며 새로운 것을 유입했다.

스페인 카스티야 지역에서 만들어진 카스텔라도 이런 방식으로 포르투갈인에 의해 일본 나가사키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처음 카스텔라가 알려지게 된 곳이 나가사키였기 때문에, 카스텔라라는 이름 앞에 지명이 붙게 됐다. 스페인에서는 스펀지케이크와 같은 방식으로 카스텔라를 만들었다면, 현재 일본에서 만드는 카스텔라는 그 방식이 조금 다르다.

장인정신으로 만들어낸 ‘나가사키 카스텔라’

현재 일본에는 카스텔라를 숙련된 기술로 만들어내는 장인이 있어 ‘나가사키 카스텔라’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운 결에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카스텔라는 만드는 방법이 단순해 보이지만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어떠한 비결이 숨겨져 있을까. 우선 계란의 거품을 잘 올려야 하는데, 보통 ‘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요리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표현이다. 수십 년 동안 기술을 익혀온 장인에게는 먹는 이로 하여금 ‘알맞고 적당한’ 거품을 올린다.

반죽할 때는 공기가 많이 들어간 상태에서 박력분을 넣고, 거품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도록 섞어준다. 또한 카스텔라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나무틀에 종이를 깔아 틀 높이만큼 부은 후 오븐에 굽는다. 굽는 과정에서도 세심하게 다루어주어야 하는데,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주어야 반죽 속에 남은 거품을 없앤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카스텔라는 보통 보슬보슬한 식감을 가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폭신하고 촉촉한 느낌이 드는 반면,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식감이 묵직하다. 버터나 오일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가사키 카스텔라가 더욱 짙은 풍미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