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이미지

음식나무

음식나무 : 세계의 맥주

타향살이의 시름을 달래는 고향의 맛 IPA맥주

타향살이의 시름을 달래는 고향의 맛 IPA맥주

by 운영자 2015.10.02

세계의 맥주
IPA맥주(India Pale Ale, 인디아 페일 에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보내면서 많은 이가 고향을 찾아 가족 친지들과 정을 나누고, ‘따뜻한 집 밥’의 온기를 품고 돌아왔을 터. 지방마다 다른 소주를 가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봤을 때, 한국의 김치나 일본의 낫또 등 저마다 고향과 조국의 의미를 지닌 고유한 음식이 있다.

해외동포를 위한 맥주, IPA의 시작

맥주에도 고향의 의미를 담은 맥주가 있는데,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 이하 IPA)가 바로 그것이다. IPA는 19세기 잉글랜드에서 만들어진 에일의 한 종류다. 당시 영국은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나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인도를 점령하고 동인도회사를 설립, 많은 영국인이 타지에서 생활하게 됐다.

집 밥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영국 산업과 생활의 바탕이었던 맥주를 향한 그리움도 컸는데, 인도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는 제조공법과 재료 등이 달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없었다. 이에 영국에서 생산된 맥주를 직접 공수하게 되는데, 당시 운송수단은 화물선뿐이어서 인도에 도착한 맥주는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상해버렸다.

이 같은 참담한 상황에 한 영국 양조장에서 장기보존이 가능한 맥주 생산을 목표로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맥주의 맛과 향을 위해 첨가하는 홉이 방부제 역할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량으로 첨가해 인도 수출용 맥주를 만들었으며 이것이 IPA의 시작이다.

IPA 맥주, 쌉싸름한 홉의 매력

일반적으로 시원한 청량감의 라거, 다양한 향기가 가득한 에일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맥주가 IPA다. 홉이 풍부한 IPA는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홉 함유량에 따라 쓴맛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는데, 풀냄새에 가까워 마시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다. 또한, 질감이 좋아 입안에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IPA의 풍부한 맛과 향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라거보다 높은 온도로 보관해 마시는 것이 좋다. 보통 라거가 4℃ 정도에서 최적의 맛을 낸다면, IPA는 10℃ 정도가 적당하다. 냉장고에 보관 중이었다면 10분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마시면 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IPA 맥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맥주 ‘인디카 IPA’는 미국 로스트 코스트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라벨에 독특한 코끼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 불투명하면서도 밝은 호박색을 띠며, 거품이 풍성한 편이다. 다른 에일 맥주보다 도수가 높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향이 과하지 않다. 부드럽지만, 가볍지 않은 느낌으로 맥주 초심자가 마시기에 좋은 맥주.

역시 미국 IPA로 스컬핀 IPA를 추천한다. 현재 한국에 수입되는 IPA 중 세계 맥주 애호가들에게 가장 좋은 평을 받는 맥주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고 완성도가 매우 높다. 새콤한 향기가 싱그러움을 주는데, 뜻밖에 묵직한 느낌이어서 독특하면서도 균형 잡힌 맛을 보여준다. 과일 향으로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맥주의 맛을 홉으로 가라앉혔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맥주는 미국 밸러스트 포인트 양조장의 ‘빅아이 IPA’. 밸러스트 포인트는 미국 내에서도 맛있는 맥주를 생산하기로 무척 유명한 곳이다. 홉의 쌉싸름한 맛을 더욱 강조한 맥주로 알코올 도수 7도의 무게감과 풍미가 일품이다. IPA 맥주에 입문한 사람이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맥주다.

타지 생활을 하는 고향 사람을 위해 만들었던 IPA 맥주는 이제 전 세계로 뻗어 나가 많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음식과 전통주 등의 세계화에 IPA 맥주가 힌트가 되지 않을까.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