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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나무 : 세계의 맥주

도둑을 막은 꾀, 악마가 사는 와인 창고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 Casilero del Diablo"

도둑을 막은 꾀, 악마가 사는 와인 창고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 Casilero del Diablo"

by 운영자 2015.04.10

와인 이야기-스물아홉 번째



1초에 한 병씩 팔리는 와인

칠레의 와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ero del Diablo 이하 디아블로)를 들 수 있다. ‘1초에 한 병씩 팔리는 와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디아블로는 ‘콘차이토르’ 사(社)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콘차이토르 사의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둬 2003년에는 디아블로 와인을 약 100만 케이스(1,200만 병)를 판매했다. 한번 매료된 세계인의 손길은 계속해서 이어져 2010년에는 3,720만 병을 판매하며 놀라운 기록을 세운다. 이때부터 디아블로에는 ‘1초에 한 병씩 팔리는 와인’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디아블로는 ‘세계인이 만나는 정직한 가격 그대로’라는 캐치프레이즈로 2013년 국내에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공중파 및 케이블 TV와 극장 광고를 진행하며 우리나라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합리적인 가격은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이었고, 광고의 효과가 극명히 드러나며 국내 와인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실제 한국에서 판매되는 디아블로는 와인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영국, 일본의 가격과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
도둑을 막은 작은 꾀, ‘악마의 와인창고’

디아블로의 정식 제품명은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ero del Diablo)다. ‘악마의 와인창고’라는 뜻이다. 악마의 와인창고라는 이름이 붙게 된 재미난 사연이 있다. 라벨의 뒷면에서도 이름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도둑을 막은 와이너리 주인의 재치가 인상 깊다.

약 100여 년 전부터 디아블로의 와이너리는 크게 번성했다. 많은 일꾼이 일하고 있었고, 와이너리의 주인은 사람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지하 창고에 보관 중인 와인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와인이 계속해서 없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자는 어느날 몇몇 일꾼들이 창고에 들어가 와인을 갖고 퇴근하는 걸 보게 됐다. 이를 와이너리의 주인에게 보고하자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순박한 일꾼들을 도둑으로 모는 것도 마음에 걸렸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도 없게 되자 작은 꾀를 냈다.
귀신의 모습을 하고 지하창고에 숨어 있다가 일꾼들이 와인을 훔치러 들어왔을 때,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일꾼들을 쫓아냈다. 이후 일꾼들은 창고에 악마가 산다고 믿고 다시는 와인을 훔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와인의 이름이 붙게 되었으며, 라벨에는 악마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사람을 생각하는 와이너리의 주인이 생각한 작은 꾀. 악마의 와인 창고라는 이름이 붙은 디아블로지만, 사실은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와인의 이름이다.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고 일과 원리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심한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