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이야기 스물세 번째-미국의 대표와인

고른 품질의 와인 미국의 대표 와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성장세

3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와인은 유럽산 와인과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할 만큼 저급 와인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부터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은 와인 생산량 세계 4위, 와인 소비량 3위, 와인 수출량 5위, 포도 재배 면적 6위로 최근 30년 동안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미국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로부터 와인 전문가들을 초빙했고, 수많은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실험하면서 많은 시행착오 끝에 미국산 와인의 고급화에 성공했다. 유럽 와인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고르고 좋은 품질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유럽산 와인의 경우 강우량과 일조량에 따라 그 해 와인의 품질이 달라지지만, 캘리포니아는 수확기에 거의 비가 오지 않아서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따라서 독특한 떼루아로 개성을 가진 최고급 와인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고르고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장점이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미국에서는 뉴욕과 워싱턴, 오리건과 텍사스 버지니아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미국의 포도주 생산은 대개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고 저렴한 포도주를 소수 회사가 생산하지만, 소규모 생산자도 좋은 품질의 포도주를 생산한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 등 태평양 연안에서 많이 생산한다.

일정한 기후, 와인의 천국 캘리포니아

미국 와인의 등급은 미국포도 재배지역(AVA, American Viticulture Area)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지리적 특성에 의해 지정되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지정한 AVA는 140곳 이상이 있다. 미국의 AVA는 유럽의 아펠라시옹(appelation)제도를 본떠서 만들었지만, 지역만 정했을 뿐 많은 부분을 와인 양조장에 위임했다. 따라서 미국산 와인을 고를 때는 경작지보다는 생산자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주요 와인 생산지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뉴욕 등이지만 여전히 캘리포니아가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나파 밸리는 미국 와인의 핵심 지역으로 막대한 자금력이 있는 와이너리들이 많이 있고 로버트 몬다비와 샤토 무통 로췰드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미국의 유명와인 오퍼스 원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소노마 카운티는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인 갈로사가 자리 잡고 있고 다른 와이너리는 소규모 와이너리가 많다. 고급 와인은 이 두 곳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파리의 심판, 와인에 대한 선입견을 심판하다

1976년 5월 24일 파리에서 열린 ‘파리의 심판’ 사건은 미국 와인을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두고 와인 전문가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이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예상과는 반대로 1위를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차지했다. 숙성이 안 된 어린 와인을 대상으로 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프랑스 측의 주장으로 30년 뒤인 2006년 숙성과정을 거친 보르도 레드 와인의 자존심을 걸고 같은 와인으로 다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지만, 결과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완승이었다.

재대결에서 1위는 릿지 몬테 벨로 카베르네 1971년 산(産)으로 30년 전 5위를 한 와인이었고 2위는 스테그스 리프 와인 샐러스 카베르네 1973년산으로 30년 전 2위를 한 와인이었다. 보르도 와인 중 최고가를 구가하는 샤토 무통 로췰드는 30년 전 2위를 했지만, 오히려 6위로 밀려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이 사건은 미국 와인은 물론, 신세계 와인으로 불리는 칠레, 호주, 남아공 와인의 품질투자와 기술개발에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컬트 와인이란 1990년대부터 나파 밸리에서 생산된 최고급 명품 와인으로 블루칩 와인이라고도 한다. 각 와이너리의 질 좋은 포도로 300~600상자만 생산하는 와인으로 사전 예약이나 경매 등을 통해 판매되며 수집의 대상으로 평가받는다. 유명한 컬트와인으로는 스크리밍 이글, 콜긴, 아라우호, 할란, 헌드레드 에이커, 마야, 쉐퍼 등이 있다.

서동일 기자 chunchonkc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