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맛이 있다.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다.
소고기보다 비싸고, 자꾸 생각나서 먹고 싶으니
애초에 몰랐으면 안 찾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바로 양고기이다.
정확히는 북해도식 양고기 구이이다.

어린 생양고기의 맛은 부드럽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적게 난다. 그래서 씹을 때 마다 느껴지는 양고기의 풍미를 적당히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반하고 난 뒤에는 항상 이달의 주머니 사정을 호시탐탐 살폈다가 후다닥 달려가는 것이다. 깔끔하게 구워 먹는 방식도 마음에 쏙 들어왔다. 가지, 파 등의 채소를 올려놓고 고기와 함께 익혀 곁들이는데 느끼함을 덜고 여러 식감도 즐길 수 있다.

처음 북해도식 양고기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거두리에 있는 니쿠야였다. 후평점도 생겼다고 해서 바로 찾았다. 전해 들으니 2호점의 형식은 아니고, 본점의 사장님에게 배웠다고. 그래서일까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같은 양고기이지만, 메뉴별 시킬 수 있는 고기양도 다르고 사이드메뉴에도 차이가 있었다. 또한 개인별 테이블매트처럼 나무트레이에 식기가 올려 있는 정갈함도 보였다. 본점이나 후평점 둘 다 역시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다들 양고기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선 가장 좋아하는 생 양갈비를 택했다. 양갈비, 양어깨살, 양등심으로 양고기는 세 종류를 두고 있었다. 모든 고기는 하루 10~15인분만 준비하다보니 빨리 와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날도 양갈비를 먹고나서 추가로 양어깨살을 주문하려고 하니, 다 떨어졌다고 해 아쉬움을 남겼다. 양등심은 부드럽고 얇아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라면, 양갈비는 씹는 맛이 있다. 도톰한 살점을 요리조리 잘라 둥그런 무쇠 투구불판 위에서 익힌다.

데리야끼 소스에 먹어도 맛있지만, 소금을 톡 찍어도 좋다. 와사비를 살짝 발라 간장에 적신 익힌 숙주와 함께 먹어도 훌륭한 맛을 낸다. 타지 않게 정성껏 구워 한 점 한 점 맛에 집중해서 식사를 즐긴다. 몰랐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한껏 즐길 수밖에 없는 맛, 양고기는 숨겨놓은 일상의 히든카드이다. 어쩌다 가끔 뽑아 드는 선택지에는 여전히 만족스러운 행복이 따라온다.